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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커피 Oct 31. 2023

독서를 힘들게 하는 범인

독서감상문, 꼭 써야 해?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걸 보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최근 들어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도 다양한 독서교육을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입학하면 학교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읽고 대출하는 시스템을 배운다. 자연스레 도서관에서 지켜야할 예절들도 함께 익힌다. 


그리고 아침활동으로 대부분의 학교들이 독서활동을 한다. 아이들은 독서로 차분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학습활동이 먼저 끝나는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수업시간에 책을 접한다. 저학년은 그림책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각종 수업에 그림책을 활용하는 선생님들도 꽤 많다. 국어 뿐 아니라 미술, 과학, 도덕, 실과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활용할 뿐 아니라 독도, 명절 등의 계기교육에도 적극 활용한다. 


그리고 "온책읽기"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는 학교의 특색교육과정에 따라 이루어지기도 하고, 학급 특색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온책읽기" 활동이란, 한 책을 모든 아이들이 함께 읽는 활동이다. 함께 읽은 책이니만큼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파생되는 여러 주제로 프로젝트 학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학교에서 많은 경로를 통해서 독서를 접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독서를 접하는 경로는 학교에 그치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부모님들이 갖은 노력과 방법으로 독서에 한발짝 다가서게 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독서를 위한 학원도 있다. 독서논술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학원들이 독서교육에 힘쏟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독서교육에는 꼭 포함되는 활동이 있다.


바로 <독서감상문쓰기>다. 


책을 읽고 나의 생각과 느낌을 써보는 것. 아주 의미있고 훌륭한 활동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쓰는 활동은 아이들에게 책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손으로 쓰는 행위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뭔가를 "써야"한다는 압박은 생각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책을 읽으면 독서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것조차 싫어진다. 책을 읽으며 느끼는 나의 감정과 생각들에 집중해서 독서를 하는 기쁨을 맛보기 전에 이걸 다 읽으면 독서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에 중점을 두어 멋지게 글을 써볼까 하는 멋진 어린이는 손에 꼽히게 드물다. 


아이들은 누군가가 읽고 검사하는 독서감상문을 써야 나의 독서가 확인받고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지에 나와있는 홍보글을 대충 얼버무려 독서감상문으로 퉁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한단어로 모든 책의 소감을 대신하기도 한다. 


독서감상문을 써야할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이번 독서를 통해 내가 얻은 깨달음과 여러 감정들을 차분히 정리하여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른들도 어렵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진짜 기쁨을 느끼게 하려면 책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책을 골라 충분히 그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만화책은 안 돼. 

배울 내용이 없는 책이야.

교과서에 실린 책을 읽어야지.

필독도서는 이거야.


아이들이 진짜 기쁨을 느끼며 독서를 하기 바란다면 아이들의 독서에 관여하지 말자. 어른들이 골라준 책은 재미없다. 어떤 책이든 즐겁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설마 여기서 성인물을 읽는 것도요? 라고 질문하는 분이 있진 않겠죠? ^^;;;;;)


학부모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우리 아이가 만화책만 읽어요. 학습만화책만 주구장창 읽어서 줄글로 된 책을 읽도록 말씀 좀 해주세요."


나는 학습만화책도 읽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학습만화책을 읽는 것이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일단 "읽는 것"에 재미를 붙여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도통 읽는 것이 안되어 언어영역의 점수가 다른 과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친구가 있었다. 그 때, 우리 학교 국어선생님께서 그 친구에게 <퇴마록>를 건네주셨다. 읽어보라고. 그날부터 그 친구는 야자시간에 한시간 정도 퇴마록을 읽었다. 물론 몰래. (그 시절에는 야자시간에 책 읽으면 책으로 머리맞던 시절이었다ㅠ) 


처음에 넘어가는 책장의 속도는 내가 지겨울 지경이었다. 읽은 페이지를 잡는 왼쪽 손이 무거워지자 오른손은 빠르게 가벼워져갔다. 1권, 2권, 3권........ 그 친구는 1달만에 퇴마록의 모든 시리즈를 졸업했다. 그리고 언어영역의 점수도 놀랍도록 높아졌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 그 일련의 과정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같은 글을 읽어도 더 깊이 더 많이 이해한다. 책을 읽는 것이 숙제나 칭찬을 위해서가 아니라 읽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아이가 <죄와 벌>을 읽고 고뇌에 빠져보길 바라는 건 엄마 욕심이다.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Why> 시리즈는 항상 너덜거린다. (그중에서도 <청소년과 성>은 표지가 다 달아나고 없을 지경이다 ㅋㅋㅋ) 만화 시리즈 책들은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 헌책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지금 우리 아이가 학습만화책만 주구장창 읽는다고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 그 아이가 중학교 가고, 고등학교 가서도 그 학습만화책만 읽지 않을 것이다. 


학습만화책으로 시작된 책에 대한 좋은 감정들은 다른 책으로 꼭 옮겨간다. 좀 기다려주자. 책을 읽고 꼭 독서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도 좀 내려놓자. 


우리 아이들, 엄마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한다. 

걱정은 좀 접어두고, 우리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 아이들에게는 독서논술학원보다 부모님의 그 마음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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