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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커피 Dec 31. 2022

외면된 미술 교과서

이번주 미술은 뭐하지?

수업을 위한 많은 자료가 넘쳐납니다. 다양한 사이트, 다양한 재료, 영상까지 모두 살펴보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자료들이 있습니다. 이번주 미술은 뭐할까, 하는 생각으로 많은 자료를 뒤지는 수고는 매주 이어집니다. 찾아보아야 할 자료들의 양이 너무 방대한 부작용일까요.


미술에도 성취기준이 있고 그에 맞는 교과서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난히도 미술교과서는 현장에서 많이 외면당합니다. 미술 교과서를 살펴보면 일단 용지가 다른 교과서들에 비하여 고급소재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삽입된 참고작품들도 유명작품에서부터 학생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정선된 작품들이 실려있습니다. 이렇게 고급교재인 이 미술교과서가 왜 이렇게 현장에서 외면당하기 일쑤인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미술교과는 크게 세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체험

표현

감상


단어만으로도 다루어질 내용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미술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표현> 영역입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표현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이 <표현> 영역을 수업함에 있어서도 매주 이번주 미술은 뭐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다음 수학시간에 뭐 하지? 다음 사회시간에 뭐 하지? 고민하는 선생님은 없습니다. 교과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할지, 또는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또는 이 부분은 다른 교과와 연계가 필요한지 등 여러 방면으로 "재구성"하는 데에 골몰합니다. 물론 "이번주 미술은 뭐 하지"라는 고민도 어떻게 생각하면 "재구성"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교과를 재구성하여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고민과 자세는 미술의 그것과는 다소 다르게 보입니다. <수학 수업 준비 Vs 미술 수업준비>는 <주제가 정해진 작품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는 화가 Vs 주제부터 고민하는 화가>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술 수업에 대한 주제를 미리 정해두려고 합니다. 이 주제는 물론 교육과정에서 출발합니다.


학기 초, 교과서를 펴 두고 체험, 표현, 감상 부분을 나누어 봅니다. 체험 부분은 사실 교실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하여 폭넓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체험 영역을 개인의 영역으로 넘기지는 않습니다. 교실에서는 메타버스나 VR을 활용하여 감상수업과 연계하여 진행합니다. 감상수업은 주기를 정하여 실시합니다. 한 달에 한 번을 할 때도 있고, 한 학기에 두 번을 잡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표현 부분은 크게 가닥을 잡습니다. 제가 가닥을 잡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미술 이론의 기본인 조형 요소와 원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럼 조형 요소와 원리가 무엇인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조형요소란 예술 작품은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형(형태)··질감·양감·원근·명암·공간의 10가지 요소를 의미한다. 이들은 디자인의 기본 요소라고도 불린다. 회화, 조각, 디자인, 건축 등의 분야에서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요소들이 통일과 변화·율동·비례 등과 같은 조형원리에 따라 적절히 조합되고 배열, 구성되어 표현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조형요소 [Elements of art, 造形要素]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조형원리는 조형요소들을 적절히 조화, 배열, 결합하여 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여러 구성 원리를 말한다. 조형요소들을 어떻게 조직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시각적 완성도가 달라지며, 보다 효과적으로 대상을 표현하거나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각적 문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조형원리는 작품 창작 및 작품 감상과 해석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통일과 변화, 균형, 비례, 율동, 대칭 등의 조형원리는 조형예술뿐 아니라 자연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보통 하나의 원리만이 적용되기보다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네이버 지식백과] 조형원리 [Principles of Design]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백과사전에 나온 개념은 위와 같습니다. 미술 작품을 표현할 때에 점, 선, 면, 색, 질감, 양감, 원근, 명암, 공간등의 조형 요소를 통일, 변화, 균형, 비례 율동 등이 느껴지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조형 요소와 원리를 하나씩 그 주제로 잡는 것입니다.


1주 차: 점을 이용한 표현

2주 차: 선을 이용한 표현

3주 차: 면을 이용한 표현

.....


그리고 이 주제를 효과적을 다룰 수 있는 교과서의 단원을 찾습니다. 그 단원과 연계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아이들의 표현을 보면서 통일, 변화, 균형, 비례와 같은 원리들을 함께 찾아봅니다. 더 나아가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띄워놓고 이번시간에 활용한 요소나 원리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표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조형요소와 원리들은 작품을 감상할 때에 그 빛을 발하게 됩니다. 미술 감상을 위한 이론수업이 따로 필요 없게 되죠. 미술 감상 수업이 훨씬 수월하고 즐겁게 진행됩니다. 주로 방학이나 체험학습을 활용해야 진행가능한 <체험> 영역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업 진행은 미술의 세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줍니다.


둘째, 계절입니다.


여름

가을

겨울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하고 감상하는 것이 미술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이미 1, 2학년의 교육과정에는 이 계절별 프로젝트 학습이 자리 잡아 있습니다.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은 계절로 나누어 프로젝트 학습 형태로 교과서가 제시됩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을 미술 교과에 접목하여 미술교과를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봅니다. 그리고 여기에 체험, 표현, 감상 영역을 골고루 접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체험 영역 활동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지역사회의 여러 전시회를 소개해줄 수 있습니다. 이때, 계절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그리고 계절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그 전시회에서 계절적인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표현 영역에서는 표현할 주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다양한 도구와 재료만 떠올리면 됩니다. 큰 가지가 정해져 있으면 작은 가지를 치는 것은 나무를 심는 것에 비하여 훨씬 수월한 일입니다.


감상 영역에서 작품을 선정할 때 "계절"이라는 키워드로 진행해 나가면 평소에 많이 접해보던 작품들도 새롭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대, 화풍에 따라 감상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기는 것이지요.


미술 교과서를 단원별로 처음부터 차례대로 보려고 하면 미술교과서는 지금처럼 1년이 지나도 새책 그대로의 모습일 것입니다. 다른 과목의 교과서에 비해 미술 교과서를 만드는 노력이 결코 더 작진 않습니다. 수업에 접목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자화상을 그릴 때에 숟가락을 많이 활용하곤 합니다. 오목한 부분으로 보았을 때, 볼록한 부분으로 보았을 때 나의 얼굴이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달라 재미있기도 하고 새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익숙한 미술 교과서에 <나만의 카테고리>를 만들어본다면, 미술교과서는 이전보다 나의 수업에 훨씬 가까이 다가서 있지 않을까요.


나만의 미술 수업 카테고리.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한번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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