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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퇴한 트레이너 Sep 07. 2020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은 왜 애국자인가?

국뽕은 이제 그만

광화문은 도심으로 많은 기업들과 문화시설이 밀집되어있다. 과거와 현재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역사와 함께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요 근래에 광화문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분들은 아마도 이제 다들 떠나고 싶어 졌을 것이다.


촛불 집회 이후로 광화문이 집회 맛집이 돼버리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소음과 쓰레기 그리고 도시의 파괴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전쟁터가 되었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모였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나라는 지금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전쟁을 겪었다.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이후에 찾아오는 처절한 생존의 삶을 이어왔다. 그들에게 전쟁과 가난은 그동안 이루어온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엄청난 공포이다. 그들이 땀 흘려 이룩해놓은 논과 밭, 건물과 공장들은 국가 영토 안에 속해있다. 그것들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빨갱이들에게 뺏길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꾼들이 만들어 놓은 가상의 적에 맞서 애국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또래의 많은 사람들은 지식기반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유동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국가라는 것은 더 이상 살고 있는 지역 이상의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이 전쟁이 날 가능성은 매우 적고 북한이 적화통일을 해서 집어삼킨다 해도 나랑은 크게 상관이 없다.


이 나라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면 된다. 다른 나라에 가도 여기서 하던 일을 계속 이어서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서 거기서 일을 해도 된다. 여차하면 교민사회에서만 살아도 충분하다. 물론 문화적 적응이나 차별대우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불편하고 위험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다. 교민들도 다 해냈다.


애국이라는 개념은 옛날부터 국가를 운영하던 지배계층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고 백성들에게 세뇌해온 핵심 개념이다. 농민들은 땅을 버리고 다른 생계를 찾아가기 막막했기 때문에 지배계층의 갖은 수탈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전쟁이 나면 스스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국가가 지키려는 건 언제나 지배계층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높아진 지식수준과 세계화로 더 이상 땅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기업들도 이윤과 혜택을 찾아 해외로 나간다. 이제 한 사람은 하나의 기업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다.


국가도 하나의 기업이다. 세금을 걷어서 운영을 하고 사업을 한다. 국가 간의 협약이나 수출도 하고, 다른 좋은 기업이나 사업에 투자도 한다. 복지와 혜택을 내세워 국민과 기업을 유치하기도 한다.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자신에게 더 나은 혜택과 만족을 주는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


나도 이 나라를 사랑한다. 아름다운 전통,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 사람들 간의 정.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건 이 나라가 아니라 이 나라안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만들어온 것이다. 국가 시스템과 그것들을 통제하고 있는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어디에 있던 내가 소중하게 느끼고 간직한 것들을 이어나갈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문화적 과도기에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전 세대의 마지막 저항을 우리는 담담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고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 욕심과 공포가 정치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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