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눈을 가린다
신사임당님이 인스타에 라디오 론칭하셨다는 소식을 보다가 재테크 실패 사례에 대한 사연을 받는 다길래 문득 내 경험담이 생각났다. 좀 창피한 이야기지만, 이 글을 보신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남긴다.
내가 필라테스 트레이너를 할 때, 그 당시 저의 회원에게 투자를 한 경험이다. 나와 5년 정도 수업을 했고, 2년 정도 알게 됐을 때부터 투자를 했다. 그분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일한 지 10년 정도 됐고, 자신도 그 회사에 돈을 맡겨서 자산도 100억 정도 되는 분이었다. 그분과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다.
그분이 하는 일은 자산관리, 투자유치 이런 거였는데 알고 보니 사채업이었다. 개인에게 받은 돈을 회사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회사채라고 했다. 그렇게 회사에 뒷돈을 빌려주는 몇 개의 사채회사가 있고, 닫힌 시장이라, 돈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끼리 돌아가면서 명절 전에 농산물 하나를 찍어서 매점매석을 해서 창고에 쌓아놓고 가격이 오르면 판다고 했다. 그거는 돈을 빌려간 대기업에서 뒤를 봐주지 않으면 못하는 거라고 한다. 농산물 하나를 묶어야 하는데 누군가 풀어버리면 가격을 못 올리니까. 그래서 더 신뢰가 갔다. 그리고 펜션단지를 지어서 파는 사업이랑 주꾸미 도소매 사업도 한다고 했다. 이렇게 들으면 피해자들은 다 아실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불의한 단체에 돈을 맡기면 안 됐는데, 그때는 어려서 그런지 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탓인지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함과 욕심에 선뜻 돈을 맡기지 않았나 싶다.
물론 주변에서도 만류했지만 개인적으로 회원과 친분이 있고, 오랜 기간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해서 돈을 맡겼다.
맡긴 금액을, 연이율 15%로 매달 월급처럼 이자를 지급해주는 방식이었다. 1천만 원을 맡기면 매달 12만 5천 원씩 통장에 지급해 줬다. 나는 총 1억 정도 맡겼는데, 이중에는 대출금도 30% 정도 포함돼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큰돈을 넣은 건 아니고 조금씩 추가로 하다 보니 점점 늘어났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가 임신과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 생겨서 아내에게 좀 편하게 일 할 수 있도록 보드게임 카페를 차려주게 되었다. 그래서 맡긴 돈을 일부 회수해서 개업을 했고. 추가로 남은 금액도 마저 전부 회수하려고 얘기를 해둔 상태였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다.
며칠 뒤에 연락이 와서는 안 좋은 소식을 전하게 돼서 미안하다며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회사 대표가 돈을 들고 도망갔다는 소식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났다. 피해자들의 총 피해금액은 1000억 원. 나는 그나마 다행히 창업한다고 일부 회수하고 5천 정도 남았는데, 그동안 이자로 받은 돈이 2천 정도 되니 피해액은 3천 정도 됐다. 나야 그냥 인생 수업료라 생각하고 넘길 수 있지만, 피해자들 중에서는 퇴직금을 넣은 분들도 있고, 몇십억 단위인 분들이 많아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회원 역시 전부 돈을 날렸다. 사실 그분도 피해자고, 소개 영업 특성상 가족과 지인들이 피해자라 돈도 돈이지만 정신적인 충격과 지인들로부터의 가해자 취급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 사실 그 화원이 잘못했다기 보단, 돈 들고 도망간 대표의 잘못이지만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그리고 도망간 대표를 잡아도 여신금융법상 6개월 이하의 징역과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책임만 지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돈 숨겨놓고 잡혀도 되는 정도. 라임 사태도 떠오르고, 동양 사태도 떠오른다.
생각보다 사채에 투자하고 계신 분들이 있는 거 같던데, 원금 보장이 안된다는 사실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셔야 한다는 생각에 사연을 올려본다. 재테크, 자산관리 이런 거는 공부해서 직접 하는 게 제일인 듯하다.
미리 알고 조심하면 좋은데, 종교, 연애, 투자 이런 것들을 꼭 몸으로 겪어보고 상처로 남아야 배우는 성격인가 보다. 그런 거 보면 멍청해서 그런지 안다고 피해 가지도 못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