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공에서 큰 성공의 원리를 체험하다
티비를 보다가 YTN 사이언스에서 하는 과학 다반사 코너에서 테니스공 쌓기를 보게 되었다. 저게 될꺼같은데 왜 못하지? 호기심이 생겼고, 바로 쇼핑몰에서 테니스공 25개를 주문했다.
일단은 네이버에서 써치를 해보니 긱블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같은 실험을 했고, 역시 실패했다. 처음 테니스공 쌓기를 올린 사람은 조지아 물리학자인 Andria Rogava라는 사람이다.
그는 무려 10층까지 쌓아서 인증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어떻게 쌓았는지는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 유튜브 긱블과 YTN 사이언스 과학 다반사에서는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서 밑에서 공을 빼서 위로 올려 쌓았다고 했다. 그리고 접착제나 지지대 없이 테니스공의 마찰력만으로 그 형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일단 알려준 대로 열심히 쌓아서 하나씩 빼보았다. 10개, 6개, 3개, 1개 4층 피라미드. 맨 밑층에서 모서리 끝에 있는 공 하나도 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3층이라도 성공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6개부터 빼보았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맨 밑에 있는 공을 간격을 벌려서 하면 2층에 있는 공의 중심이 안쪽으로 향해서 쌓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형태로는 높게 쌓을 수가 없다. 형태를 유지하면서 높게 쌓으려면 테니스공의 마찰력이 더 강해야 했다. 하지만 새로 산 테니스공의 마찰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너무 미끄러웠다. 이런 마찰력으로 어떻게 저런 형태를 유지하지? 어떤 댓글에서는 물을 뿌리면 표면의 마찰계수가 증가해서 가능하다고 해서 해봤는데 전혀 소용이 없었다. 하긴 직접 쌓은 사람도 아니고 말로는 무슨 말을 못 하냐. 말로는 만리장성을 누가 못 쌓냐.
마찰력을 높이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어렸을 때 테니스공을 가지고 놀던 기억력을 떠올렸다. 흙바닥에서 가지고 놀고, 물에 젖고, 햇볕에 오래 노출된 공은 매우 까끌까끌하면서 뽀득거렸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물리학자가 올린 동영상을 다시 보니 역시 새 공이 아니고 사용하던 공이다. 쓰던 공을 구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있는 테니스 연습장에 전화해서 연습용으로 쓰다가 낡아서 버리는 공이 있으면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해 보았다. 감사하게도 테니스 연습장에서 흔쾌히 주겠다고 해서 받으러 갔다. J실내테니스 연습장 관계자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사용하던 공으로 쌓으니까 그냥 모아서 올려놓기만 해도 3층까지는 그냥 쌓아진다. 내친김에 4층까지도 아무런 보조장치 없이 손으로 모아서 쌓아본다 역시 그냥 된다. 작은 성공에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 생겼다. 혼자 손으로 모아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누군가 사람들이 함께 공을 모아주면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단순하게 한두 번으로 될 것이 아니었다. 서로 간의 힘의 강도와 방향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했고 내 주변에는 이런 걸 함께해줄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다시 피라미드를 쌓기 시작했다.
나는 역순으로 피라미드를 쌓기 시작했다. 처음에 6개, 3개, 1개 구조의 3층에서 맨 위의 1개의 공을 빼고 그 자리에 3개, 1개의 구조로 바꿔서 한층을 더 올렸다. 그리고 그 공들을 지지하기 위한 공을 옆에 붙이며 기반을 잡았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4층까지의 구조 맨 아래층이 10개가 아니고 15개가 된다는 것이다.
4층이 10개가 되면 가운데 공이 들어가기 때문에 3x3구조가 되지 않는다.
영상 설명처럼 10개, 6개, 4개, 1개는 처음부터 잘못된 구조였다. 그렇다면 테니스공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50개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쌓아보았다.
50개로는 6층까지가 최대다. 딱 50개 들어간다. 이 상태에서 밑에 있는 테니스 공을 빼서 위로 올려 쌓는다? 빼는 거 자체로도 힘든 일인데 그 위에 올려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을 올리려면 맨 위에 있는 1개 테니스공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에 안된다. 그렇다고 피라미드 식으로 계속 7층까지 쌓아 올린다면 너무 많은 공을 필요로 한다. 원작자처럼 10층까지 쌓으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자의 영상을 살펴보면 책상 위에서 쌓았는데 책상 공간이 그리 넓지도 않았다. 진짜로 이런 식으로 공을 쌓은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구글에 검색을 해보았다. 원작자가 올린듯한 글을 찾은 결과 역시 오해가 있었다.
원작자는 피라미드 형태로 테니스 공을 쌓던 중 테니스 공이 몇 개 빠져도 마찰력으로 구조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테니스공 쌓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동기를 밝혔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로 공을 쌓다가 지금의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했다. 피라미드 방법으로 이런 구조를 만들었다고 언급한 적은 없다.
도대체 누가 어떤 글을 어떻게 보고서 피라미드 형태에서 공을 빼, 쌓아 올려 이건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처음부터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성공할 수가 없지. 나는 원작자가 알려준 방법대로 쌓아보았다.
5층짜리는 쉽게 바로 쌓을 수 있었다. 정말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었다. 이런 걸 안 되는 방법으로 계속하니 당연히 안될 수밖에. 하나씩 층을 올려가며 도전해 보았다.
7층까지는 성공했다. 그 이상 쌓아서 원작자가 쌓아 올린 10층까지 도전해볼 생각이다. 이 테니스공 쌓기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몇 가지 직접 체득하고 깨달은 바는 이렇다.
작은 성공에서 큰 성공을 엿볼 수 있는 성공의 법칙
1. 간절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성공한다.
처음 영상이 공개된 지 1년 정도 지났지만, 아직 원작자 이외에 전 세계에서 이 구조를 만든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적어도 인증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없다. 나는 2주 만에 성공했다. 내가 잘나서 한 것이 아니고 끝까지 매달려서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원작자가 친절하게 방법을 일러주었는데도 아무도 하지 못했다.
2. 나도 할 수 있다.
이전에 도전 영상을 보면, 도전자들이 실패를 하면서 '이거는 물리학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면서 포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 아니고 누군가가 이미 성공한 방법이다. 누군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3. 성공한 사람의 방법을 연구한다.
원작자의 영상을 여러 번 보면서 나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발견해내고, 원작자의 글을 직접 찾아서 어떤 방법으로 테니스공을 쌓았는지 알게 되었다.
4. 직접 확인한다.
기존의 공을 쌓는 방법이라고 알려진 것은 잘못된 정보였다. 와전되고 왜곡된 정보를 직접 확인해서 오류를 잡는다. 가능하면 원작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5. 될 때까지 한다.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될 때까지 시도해 본다. 몇 번 해보고 포기하면 영원히 불가능한 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