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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21년 차, N잡을 시작하다

N잡러의 여왕

by 제이피디아

21년 여름,

신입으로 입사한 회사를 근속 20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퇴사했습니다.

퇴사 사유는 '이직'이었죠.

하지만 새로 옮긴 회사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before) IT 제조업과

(after) 컨설팅 서비스업

결이 너무 달랐고,

조직 분위기와 일하는 방식도 낯설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잘 맞지 않았거든요.

처음엔 '3년만 버티자'라고 다짐했는데,

그게 '2년만', '1년만'으로 줄더니

결국 8개월 만에 두 번째 사직서를 제출했죠.


이직하고 두세 달이 지날 무렵, 우연히 보게 된 대학교 비전임교원 공고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해 버렸습니다.

새 회사에선 강의와 병행하는 걸 탐탁지 않아 했고,

당장 강의를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에서 파트너와의 협상이 결렬되었어요.

코로나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때,

결국 "이곳을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맞은 화사한 4월

두 번째 퇴사를 했고,

건강보험 직장인 가입자에서 지역 가입자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3년 3개월이 지났네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직장 생활 20년보다 더 다이내믹한,

희로애락이 가득한 시간들이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지금 전 무얼 하고 있느냐고요?


지금 제 시간을 가장 많이 채우는 건 대학교 강의입니다.

세 학교에 출강 중이고,

틈틈이 책 쓰고, (얼마 전 첫 책이 나왔어요.)

정부기관 전문위원이나 컨설턴트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일반인 대상 강의도 간간히 하고,

그리고 조용히 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교수, 작가, 강사, 전문위원, 컨설턴트 그리고 대표.

이 역할들을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완전 N잡러네!


그 말을 듣고 생각했습니다.

아, 프리랜서라고만 여겼는데,

가만히 보니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있고,

여러 개의 수입원이 있고,

여러 개의 삶의 정체성을 살고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처음 회사를 관두고 모임에서 자기소개할 때면

"어.... 백수입니다. 하하하" 웃으며 넘기곤 했는데요,

sticker sticker

그럴 때면 옆 친구가

"무슨 소리야, 너 프리랜서잖아."

하고 받아쳤죠.

그 이후 나는 프리랜서라고 생각했는데,

'N잡러'

라는 단어가 묘하게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프리랜서가 하던 일을 혼자 하는 사람이라면,

N잡러는 '내가 선택한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 이잖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아마 앞으로도

무언가를 보장해 주는 소속은 없지 않을까 해요.

직접 명함도 만들어야 하고...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한 단어로 대답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

무엇을 할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여전히 고민 중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스스로 여기저기 부딪히며 세상 밖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걸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보려 합니다.

제2의 커리어를 준비하는 분,

지금의 삶이 이대로 괜찮은가 고민하는 직장인,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답을 찾는 중장년에게

저의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조금씩 쌓아 올린 가능성들이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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