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의 여왕
돌아보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직장인 끝낸 지 다음 달이면 3년이네요.
'멘땅에 헤딩'하듯 부딪히고 고군분투하며 3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3년, 어땠냐고요? 흠,

지난 학기 K대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수업 시간이었는데, 창업하려는데 아직 명확히 알지 못해 고민하던 학생이 있었어요. 고민을 듣고 말했어요.
"회사 나와서 이럴 줄 알았다면 나도 못 나왔을 거예요."
학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모든 걸 미리 알았다면 결정하지 못했을 거예요~
지난 4년 간 받은 질문 중 가장 많았던 건,
왜 잘 다니던 S 회사를 그만두셨나요?
심지어 전 직장 동료조차 왜 퇴사했냐고 묻더라고요.
한참 고민하고 준비해 실행한 건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좀 의아했나 봅니다.
회사라는 온실을 나와 터프한 시간을 보내보니 왜 이 질문을 하셨는지 알긴 하겠더라고요.
머, 무식해서 용감했던 거죠!!
오래 고민하고 준비한 제 결정의 이유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예전의 저처럼 고민하고 있을 분을 위해, 그 고민이 삶을 우울 모드로 끌고 가고 있는 분을 위해.
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는지.
인생의 절반을 지나온 시점에서 바라본 삶의 방향
20~30대에는 위로 위로 오르려 정신없었어요.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일했고,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죠. 실력을 키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도 했고요.
그런데 40대가 되니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남은 커리어를 계산하게 되더라고요.
조직의 평균 은퇴 연령이 50~60세인 걸 감안하면, 은퇴 이후에 무얼 하며 살지 답을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새 환경에서 부딪힐 용기
20년 차 대기업 직장인, 세상에 나가면 분명 많이 깨질 텐데...
체력이 있을 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깨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을 때 단행하자! 했습니다.
성과와 보상의 불균형
* 성과: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값
* 보상: 회사가 나에게 지불하는 임금, 보너스, 복지 등
신입~대리 시절엔 '성과 < 보상'이고,
과장~부장 시절에 '성과 > 보상'이 되지만,
부장 전후로는 다시 반대가 된다는 조직 리포트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대개 45세 전후에 '성과 < 보상' 상태가 되니 자연스레 구조조정,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의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나에게 올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타의에 의해, 혹은 운 좋게 기다리기보다는 선택권이 있을 때 나가서 다음 스텝을 만들자는 결심이었습니다.
조직원은 한 번은 회사를 떠나야 하잖아요. 그 시점이 언제냐의 문제일 뿐이죠.
한 분야의 전문가 vs. 다양한 분야의 도전자
퇴사 전 10년 가까이 한 분야에만 집중하니 전문성은 쌓였지만,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는 문외한이 되어 있었습니다.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데, 나는 과거에만 머물러있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분야에서 앞으로도 30년 간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글쎄.... 쉽지 않겠는데.
배우는 속도 유지하기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들며 학습하고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고용 구조는 기대만큼 유연하지 않고 마흔 넘으면 경력 이직은 거의거의 어렵다는 걸 피부로 느끼기도 했거든요.
안정적이지만 무미건조한 루틴
매일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 같은 길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 반복되는 비슷한 시간들.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내 심장을 뛰게 하거나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진 않더라고요.
그 시간이 감사한 적도 분명 있었는데, 퇴사하기 전에는 꽤 부정적인 요인으로 오더라고요.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도전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사람과 환경 속에서 활력을 찾고 자존감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나가려면 알을 깨고 나가야 한다는 명언,
한 발만 나서면 밝은 세상이 있지만 도전이 두려워 땅 속에서만 생활하는 미어캣,
이런 이야기들이 뇌리에 콕 찍히며 틀을 깨고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다짐이 섰습니다.
지금 생활이 내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한다면 누려도 될 거 같아요.
하지만, 자꾸만 부정적인 메시지로 나를 괴롭힌다면, 이건 어쩌면 인생이 보내는 신호일지 몰라요.
나를, 내 마음을 찬찬히 돌아보세요!!
분명 알게 될 겁니다.
20년 다닌 첫 직장을 그만둔 건 결코 충동이나 일시적인 감정에 의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고민했지만 또 무작정 그만두지는 못했습니다.
두려웠고 걱정됐고 불안했거든요.
모험과 도전을 생각할수록 발끝에는 더 무거운 모래추가 달리는 느낌이었어요.
수십 가지 고민을 A4 서너 장은 거뜬히 쓸 만큼. 오래 생각하고 준비한 결정이었죠.
8개월 다닌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정말로 세상에 홀로 서게 됐을 땐, 딱 일주일 행복했습니다..
세상은 역시나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서 뚜벅뚜벅 3년을 걸어온 지금,
여러 개의 직업을 가졌고 여러 곳에서 수입원을 만들었습니다.
열정을 쏟을 일, 설렘과 긴장을 주는 일, 하고 싶은 일에 계속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찬찬히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여러분께 들려드릴게요.
앞서 K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던진 말에 다음을 덧붙였습니다.
"회사 나와서 이럴 줄 알았다면 나도 회사 못 나왔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변화는 두렵지만 그만큼 기회가 크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