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 인간 작가로 살아남기

퇴근길 단상 - 오늘도 한 수 ㅂㅇㄷ!

by 제이피디아


하루 중 내가 깨어 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은 ‘글 쓰기’에 쓰인다. 책을 위한 원고, 브런치 글, 각종 제안서와 지원서까지 — 생각해 보면 하루 평균 두세 시간은 늘 글과 함께 한다.

예전엔 문장을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고르느라 시간을 쏟았고,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데만도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중간에 글이 막히면 헤어날 방도가 없어 막막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생성형 AI의 도움으로 글쓰기의 속도는 줄고, 품질은 높아졌다. 자료와 근거를 찾는 시간은 예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되었고, 초안을 쓰고 다듬는 과정 또한 이전보다 3분의 1의 노력으로 가능해졌다.



AI와 함께 글을 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와 내가 글쓰기 내기를 하면, 누가 더 잘 쓸까?’

솔직히 답을 내리지 못했다.

AI는 정보 검색과 분류에서 압도적이다. 내가 두세 시간 걸려야 정리할 자료를, 그는 단 몇 초 만에 내놓는다. 하나의 주제를 던져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편의 글을 완성해버리기도 한다. 반면 인간인 나는,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하루를 꼬박 보낼 때가 있다. 속도만 놓고 본다면, 나는 AI를 절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모든 면에서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건 아니다.

함께 작업해 보니 AI의 한계가 눈에 들어왔다.

AI가 쓴 글은 얼핏 보면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문장도 매끄럽고, 논리도 그럴듯하다. 그러나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어보면 허점이 많다. 특히, 출력된 글 위에 빨간 펜을 들고 수정하다 보면 '이건 조금 어색한데?' 싶은 문장이 계속 나온다.

논리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결이 느슨하거나 중복된 표현이 많다. 특히 글의 분량이 길어질수록 AI는 자주 길을 잃는다. 앞뒤 맥락을 놓치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실험 삼아 AI와 함께 책 한 권을 써본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AI는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반복하지 않는다. 그저 패턴으로 반복한다. 그래서 읽다 보면 리듬은 일정하지만, 감정의 결이 없다. AI가 쓴 글만으로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어렵다는 게 결론이다.

전체 맥락을 통합하고, 각 장의 톤과 메시지를 조율하는 힘 — 그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AI의 글은 세상 어딘가에 이미 존재했던 정보와 경험의 조합이다. 누군가의 생각, 누군가의 문장, 누군가의 데이터가 보이지 않게 재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반면, 내가 쓰는 문장은 내 경험에서, 내 감정에서, 내 사유에서 나온다. 누구에게서 빌려온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이 지금 이 시점에 느끼고 해석한 결과물이다. 그 속에는 나만의 의미와 맥락이 담겨 있다.




이 고민의 결론: AI 작가와 인간 작가의 대결 구도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우리는 AI 없는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AI 이전의 글쓰기, 검색, 편집 환경으로 돌아가라면 — 솔직히, 나는 다시 그렇게 쓰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래서 생각한다.

경쟁이 아니라 협업의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건설적이라고.

AI와 어떻게 함께 글을 쓰며, 인간으로서의 차별성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방법을 찾자.

그래서 정리해 보았다.

인간 작가로서, AI와 잘 협업하기 위한 네 가지!



1⃣ 콘텐츠 기획력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광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추천 영상, TV 프로그램과 넷플릭스, 브런치와 블로그까지 — 하루가 온통 콘텐츠로 덮여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콘텐츠 제작의 시간과 노력을 1/10 수준으로 줄였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무엇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TV가 모두 같은 여가 시간을 두고 경쟁하듯, 모든 콘텐츠는 결국 사람의 관심을 얻기 위한 싸움이다.

흥미를 설계하고, 감정을 자극하고, 공감을 만들어내는 일 — 이건 여전히 인간이 유리한 영역이다.

현실의 감정, 맥락, 뉘앙스를 이해하는 능력은 AI가 아직 흉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콘텐츠를 잘 기획하는 역량이 진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2⃣ 차별화는 속도가 아니라 맥락에서 나온다

AI의 정보 수집과 분석 속도는 이제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다.

일초에도 수억 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팅 파워 앞에서 인간의 손끝은 느리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할까?

바로 ‘맥락(Context)’이다.

누가, 어떤 배경에서, 왜 이 말을 하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다.

누군가의 실패, 고뇌, 성장, 감정 — 그 안에 맥락이 있을 때, 콘텐츠는 힘을 가진다.

글의 깊이는 필력이나 화려한 표현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과 생각, 감정, 그리고 서사에서 비롯된다.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건 사람 자신이다.


3⃣ 콘텐츠 디렉터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한때 우리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업로드하는 사람을 ‘크리에이터’라 불렀다. 기성 제작사가 아닌 개인이 일상 브이로그, 실험적인 주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AI와 협업하는 시대에는 콘텐츠 디렉터(Director)가 필요하다. 디렉터(감독, 지휘자, 관리자)는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구성원이나 도구를 조율해 최종 결과몰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사람을 말한다.

콘텐츠 디렉터는 AI가 생성한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의미 있는 한 줄을 찾아내고, 그 안에 감정과 철학, 세계관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AI는 수백 가지 아이디어를 뿜어내지만, 그중 어떤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에 닿을지는 여전히 인간만이 판단할 수 있다.

인간이 콘텐츠의 뼈를 세우면, AI가 살을 덧붙이고, 인간은 그 안에 숨결을 채운다.


4⃣ 나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콘텐츠의 목적지는 언제나 사람이다. 사람에게 선택되고, 사람에게 감동을 주며, 사람과 연결되는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정답보다 진심, 정보보다 태도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문장을 쓸 수 있지만, 그 문장을 왜 쓰는지에 담긴 마음은 표현하지 못한다.

콘텐츠를 소비한 사람에게 남는 건 색깔과 세계관이다.

그 색은 경험에서 나오고, 감정에서 나오며,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번져 나온다.






오늘도 보인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의 이야기가 아니다.

AI가 효율을 책임진다면, 인간은 방향을 정한다.

AI가 문장을 완성한다면, 인간은 이야기를 완성한다.

AI는 글을 만들고, 인간은 그 글에 혼을 불어넣는다.

생성형 AI라는 똑똑한 조교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살아남는 인간 작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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