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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Nov 11. 2022

프롤로그

하프-파이어족 #1


22 4월 말, 삶의 전환점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소속'없어졌으니. 대학 졸업 후 이십여 년,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이 끝난 날이다.

이후 어떻게 살지, 머릿속에 어렴풋이는 있지만 확실한 방향을 잡지는 못한 상태이다. 윤곽을 선명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의 완전한 퇴사는 진행되었다.


직장을 그만둔 이후 커리어 삶을 '하프-파이어족'이라 홀로 정의해 불러본다.

파이어족은 그동안 모아 둔 자산을 생활비로 생활하며, 은퇴, 그야말로 일에서 떠난 삶을 말한다. 하지만 난 돈과 일, 둘 다 충족하지 못한, 불완전한 상황이다.


어느 정도 자산을 구축하기는 했지만, 쭉 수입 없이 생활비를 계속 감당할 만큼은 되지 않고,

또, '일 말고 무엇을 하며  것인가?'에 대한 답도 딱히 찾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고, 포츠를 즐기고, 책을 무진장 읽고,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고... 어떤 것도 앞으로 시간을 보낼 하나로 선택하지 못했다, 그랬.


그래서 나의  상황에 맞게 택한 방식이 '하프-파이어족'이다.

더 이상 자산을 늘릴 욕심은 내려놓고, 일정 생활비는 자산에서 감당하고, 용돈은 벌어 쓰는 삶.

출퇴근 포함 하루 열두 시간 이상 회사에서 일하던 생활 패턴에서 돈은 적게 벌지만 개인 시간을 더 많이 갖는 삶. 그래서 좀 더 생기 있고, 내적으로 충만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그런 시간가져보기로 목표를 잡는다.



피부에 온기가 전해지던 봄햇살이 시원한 바람으로 바뀐 가을, 6개월이 지났다. 예상과 달리, 목표와 달리, 기대와 달리, 여전히 삶은 고민과 생각의 연속이다. 꿈꾸던 삶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직 꽁지를 보지 못했다.



우리 주변에 자의로 오랜 시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인생을 찾는 결정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달리던 길 위에서 계속해 힘을 내고 있다. 그래, 이게 더 맞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20년이 지나 인생의 방향을 트는 건 꽤나 큰 모험이다. 새로운 시스템에 들어가 다시 초보의 길을 걸어야 하니까. 애초에 길이 없어 만들며 가야 하는 힘겨움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아끼는 후배가 고민한다면, 기꺼이 응원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맘의 준비와 생활 현실을 위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단서와 함께!


기록으로 남겨보련다. 정리해 전해보련다.

다른 길을 걷는 나의 시간을.

다른 인생을 찾아가는 나의 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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