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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Nov 18. 2022

직장인 마침내 마침표

하프-파이어족 #2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이형기 시 '낙화'


지금 쓰려는 '하프 파이어족'은 왜 퇴사했는지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대학 4학년 때, 서너 번 취업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본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와 나도 인연이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결과에 상황을 끼워 맞춘 것일 수 있지만, 입사 과정이 유난히 생생히 기억나던 곳과 인연이 맺어졌다.


그렇게 20년 동안 수많은 날들 속에 비슷한 하루들을 보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많았지만, 또 감사하고 즐거운 순간들도 많이 겪었다.



불혹의 나이가 다가오며 인생을 한 발 멀리서 바라볼 여유를 갖게 되었다. 삼십 대 중반을 지날 때 즈음, 육칠십이 되었을 때 인생에 어떤 부분이 아쉬울까... 란 생각을 했다. 그때 여러 아쉬움 중 하나가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직장 생활이 끝난다 생각하니, 변화를 만들지 않은 자신에게 한참 뒤 실망할 것 같았다.


연차가 쌓여 시니어 말년에 가까워지니 점차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회사에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제도들은 모두 주니어와 시니어 초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반면, 점차 업무 성과에 대한 부담이 지어지며 내 안에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10화 퇴사: 기쁠 때 떠나기 (brunch.co.kr)에서 그래프로 설명한 것처럼 시니어 말이 되면 연봉과 성과 그래프가 역전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내게 나는 특별한 존재이지만, 회사에는 머물렀다 가는 순간의 존재에 불과하니까.

회사를 떠나던 50대 선배들의 모습이 머지않아 내 모습이겠구나. 쓸쓸하고 외롭게, 아프고 실망스럽게. 이제는 그날만을 기다리며 지내야 하는 것인가.

어느 누구도 회사를 영영 떠나지 않을 수 없다.


또, 질문을 해 보았다.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무엇을 잘하는가? 앞으로 어떤 일이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인가?

중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무리에 섞여 다음 단계 학교로 진학하며 그렇게 어린 시절을 지내며,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 답을 찾으려면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이 있어야 하는데, 골치 아픈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으려 피해 다녔던 건 아닐까.


2~3년에 걸친 고민 끝에 내린 답은 회사를 떠나 다른 인생을 경험해 보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직이든, 창업이든, 은퇴이든, 다른 무엇이든지 간에.

하지만, 무작정 사표를 내고 나올 수는 없었다. 여전히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으니.



회사를 떠나는 건 큰 사건임에 틀림없다. 다시 돌아보아도 20년 간 지낸 안락하고 익숙한 그곳을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까 싶다. 회사를 떠남과 동시에 내 삶이 통째로 바뀌어야 하는데, 새로운 삶을 갈구하는 마음보다 이를 감당할 자신은 여전히 없었다. 돈, 집, 밥, 친구(동료), 생활 패턴 등 생활의 중요한 건 모두 회사를 중심으로 이미 탄탄히 형성돼 있었다.



결정적으로 올해 4월 말 완전히 조직생활을 떠날 결심을 한 거에는 두 가지 불쏘시개가 역할을 했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는 불씨가 있을 때, 거기에 불을 질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의 아픈 사건과 하나의 예상치 못했던 작은 불빛이 그 역할을 했다.


전자는 정기 승진에서 벗어난 사건이었다. 열심히 했고, 성과에도 자신이 있었기에 보상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충족되지 않았다. 그때 '낙화' 시의 첫 구절이 계속 떠올랐다. 회사와의 인연이 여기서 끝이 나야 하는구나.

후자는 업무와 병행한 박사 과정이 마무리되었고, 그즈음 지원한 대학교 강사 최종 합격한 것이다. 사람들 앞에 서서 지식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건 평소 즐겼기에, 그곳으로 작은 길을 하나 내도 되지 않을까 했다.



이렇게 직장인으로서 생활을 끝냈다. 최종 마침표를 찍기까지 5년 넘게 걸렸다.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심과 포기를 반복하며.

퇴사 이후 내 삶은 여전히 ing 상태이고, 고민 속에 있다. 다음 인생길로 방향을 완전히 트는 데는 처음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 하지만, 나아가야지 별 수 있나.


■ Self Questions: 

1-1) 10년 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싶은가?   
1-2)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가?    
1-3) 내가 남들과 다르게 가진 탤런트(장점/강점)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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