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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Jul 20. 2023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요~

용기와 감정 컨트롤이 필요한 인사



ㅇㅇ교육원 첫 출근 날. 마을버스 + 지하철 + 시내버스를 두 시간에 걸쳐 타고, 9시 십분 전 입구에 도착했다. 초행길에 허둥대는 바람에 예정보다 30분이 더 걸려서.


어리바리 첫 출근길, 다만 교육원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렸을 때는 안심이 됐다. 앞에 익숙한 길인 듯 총총 걸어가는 직장인들이 보여,

'저들도 그곳에 가는가 보군. 따라가면 되겠군.'

그들을 시야에서 놓지 않았다.


입구에 도착해 두리번 하며 사무실을 찾는데, 커트 머리에 안경 쓴 여자분이 말을 건다.

"인턴인가요? 이리 오세요."

엇, 난 인턴은 아닌데...

 "어, 아뇨. 저는 교수직인데요."


입구에 그대로 홀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시 뒤 나의 인솔자가 와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저기 인사하고 임시로 마련한 회의실에서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아침 입구에서 뵌 여자분이 오셔서 다시 말을 건다.

"교수니임~ 아침에는 죄송했어요. 마침 인턴 첫 출근도 오늘이라 착각했어요~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톤 맑고 밝은 소리로 사과해 주었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기에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 답했다.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회의실에 혼자 남겨진 뒤,

'기분 상할 일이 일도 없는 걸. 내가 인턴으로 보일만큼 young 해 보였나? ㅎㅎㅎ'

첫날의 해프닝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이후에도 아침에나 하루 오가다 만나면 그분은 늘 반갑고 친절하게 인사해 주신다. 굳은 표정으로 지나가다가도 그분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활짝 미소를 짓게 된다.

오가며 간단히 눈인사와 목례를 주고받는 인사가 대부분인데, 늘 밝고 건강한 목소리에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네요~"


먼저 인사 건네주셔서 감사하다.





고등학교 때 교감선생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사회에 나가 인사 잘하는 건 큰 플러스 요인이다."

라고 하셨던 게.

그때는

'왜 저런 말씀을 하시지?'

했는데, 사회생활 20년이 지나니 어떤 의미로 강조하신 건지 알 듯하다.



우선, 인사를 먼저 건네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에게 먼저 인사하려면 나를 낮추는 겸손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싸운 후 먼저 사과의 손을 내밀 때처럼.

먼저 인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늘 먼저 인사해 주는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거고.


또, 밝게 인사하려면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해야 한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 지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찌든 표정으로는 상대에게 인사를 건넬 수 없다. 타인에게 다가가려면 지친 마음, 피곤한 표정, 빠진 기운을 들어 올려야 한다.

대개의 사람은 감정에 쉽사리 휩싸이고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은데, 자기감정을 상대에게 그대로 전이시키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지금까지 마주친 많은 이들은 대개 아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하다.

- 늘 반갑고 씩씩하게 인사하는 사람, Good

- 눈 마주치면 목례하며 지나가는 사람, Not bad

- 대체로 인사 안 하고 그냥 스치는 사람, Bad


나는 회사에서 인사를 잘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굳이 고르자면 두 번째 유형에 든다.

친하고 좋아하는 이들을 오가다 만나면 한마디 걸며 반갑게 인사하지만, 대부분 상대와 눈이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로 지나쳐 간다. 간혹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 나 역시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또, 한 판 붙은 이와는 눈이 마주쳐도 쌩까고 지나간 적도 있다.




이제 인사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역시나 잘되지는 않는다. 친절하고 반갑게 인사해 상대에게 기쁨을 주고 싶지만, 현실의 심정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인사 잘하는 고수가 되어볼까, 아니다. 인사 고수가 되기까지는 고치고 갈 길이 너무 멀다. 스트레스, 오 NO~


대신, 지나치는 모두에게 미소와 목례 인사를 건네고, 하루 딱  명에게 반가운 인사말을 건네는 걸로..

이상과 현실의 절충안을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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