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라서 다행이다
내 MBTI의 마지막 성격 유형은 P로 끝나는데, 요즘 들어 P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J가 판단형
분명한 목적, 방향, 철저한 사전계획
P는 인식형
상황에 맞게 변화, 융통성, 적응력
이라고 한다.
간단하게는 줄여서 J는 계획적, P는 즉흥적이라고들 표현하는데,
또 어떤 사람은 P가 딱히 계획적이 아니라기보다는 사전에 세운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성향이 다른 것이라고도 한다. J는 계획한 것과 어긋나는 경우에 P에 비해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뭐 그런.
그 말이 조금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게-
나는 P지만, 물론 나도 일이나 미래 계획에 대해 큰 틀의 계획은 세운다. 거기에 디테일하게만 잡지 않을 뿐이지. 그런데, 그 계획이 뭔가 틀어지고 변동이 생긴다고 하면 그냥 그대로 맞게 다시 받아들이고, 계획을 수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나는 정기적이지 않은 일이 훨씬 많은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상담은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하지만, 그 예약을 당일에도 시간이 된다면 받는 편이기 때문이다. P라서 다행이랄까, 갑자기 오는 연락에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도 당일예약을 정말 많이 하는 사람이라, 갑자기 오전에 문득 오후에 병원이나 갈까? 미용실이나 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럴 때 당일예약이 가능한 곳을 우선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또 나와 같은 성향의 고객이 당일 상담을 받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 당일 상담예약도 막아두진 않는다.
그리고 온라인 상담은 주말에도 상담 예약이 가능하게 풀어두었는데, 몇 달 전에는 주말에 급하게 상담문의를 하신 분이 계셨다.
토요일 오전에 연락해 보니, 사업장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셨고, 기존에 담당 세무사님도 계신 사장님이셨다. 그런데, 주말에 당장 새로운 사업 계약 관련해 궁금한 사항이 생겼는데, 기존 담당 세무사님과는 다이렉트로 연락하지 않고, 직원을 통해 업무처리를 하다 보니 주말에 연락하기가 그래서 주말에도 상담 가능한 세무사를 찾다가 나를 찾고 연락을 주신 거였다.
상담시간은 20분 남짓한 통화였고, 상담 내용을 들어보니, 결론적으로 내 입장에서는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얼마나 답답하고 고민되었을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상담을 하고 답을 들으니, 이제 진짜 편하게 주말을 즐길 수 있겠다고 하셨는데, 참 뿌듯한 순간이었다.
처음에 주말 상담을 오픈하고는 별로 의뢰가 없어서 그냥 평일 시간대로만 상담을 제한해 둘까도 생각했지만, 이 고객님을 만나고 나니, 단 한 분이라도 정말 급하게 주말에 상담이 필요하신 분도 있을 것 같아, 계속 주말 상담 창구는 열어두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방문 상담의 경우에는 대부분은 연락을 먼저 하고 오시지만, 가끔은 지나가다가 사무실을 방문하시는 고객분도 간혹 있어서, 언제나 뭔가 모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나 이번 달 같은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는 신규로 종합소득세 신고대리 업무만 의뢰하시는 분들이 있어, 업무량을 예측하기가 힘든 것 같다. 바로 내일의 일도 모르게 되는.
그래서 늘 쌓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고, 언제나 새로운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되는 때인 것 같다.
내가 P라서 참 다행이다. 예측 안 되는 일들을 하나씩 잘 해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