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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수험생 시절 이야기

거창한 합격수기는 아니고 그냥 회상

by 화이트골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본격적으로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며 세운 목표는 일단 바로 다음 연도의 세무사 1차 시험 합격이었다. 그래도 재정학과 선택법인 행정소송법은 할만한 실력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세법과 회계가 문제였다. 직장인 수험생 시절 거의 말문제 위주로만 공부했어서, 계산 문제를 풀 수 없는 정도의 실력 수준이었던 것. 단기간에 1차 합격만을 목표로 공부했다 보니 기초가 탄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험은 2차까지 합격해야 하는 시험. 결국 1차 과목에도 있고 2차 과목에도 있는 세법과 회계를 잘해야만 승산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9월부터 시작하는 세무사 학원의 심화 종합반 실강을 수강하기로 했다.




원래 나는 인강을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퇴사 후에도 직장인처럼 9 to 6의 삶을 유지하고자 을지로에 있는 학원에 3개월 동안 다니면서, 일명 1.5차 반 준비를 하게 되었다. 2차 시험과목인 재무회계, 세무회계, 세법학을 미리 공부하는 커리큘럼이었다. 실제로 1차 시험과 2차 시험 사이는 3개월 남짓인데, 그때 가서 2차 과목을 처음 준비하려면 시간적으로 너무 빠듯해 세법학 과목에서 과락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맛보기로 세법학 공부를 좀 하다가, 1차가 임박할 때쯤부터는 1차 대비 객관식 공부를 하는 계획이었다.


커리큘럼은 완벽했고, 심화종합반을 들은 선택 또한 좋았다. 그런데 12월에 3개월 만의 실강을 끝으로, 나는 다시 수업을 인강으로 전환했다. 일단 을지로입구역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함께 매일 지하철, 버스를 타다 보니 이동시간 동안 너무 지쳤고,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아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로는 잠시 서울 생활을 멈춰두고, 본가에 내려가서 1차 시험을 준비했다. 인강은 어디서든 들어도 되니까, 생활비도 아낄 겸 엄마 집밥도 먹고, 아주 평온한 나날이었다. 2차 주관식 시험 대비해 회계와 세법을 공부하고 난 후에, 1차 객관식 문제로 돌아오니 그렇게 쉬울 수가 없더라... 2차에 비해 1차의 회계 세법 문제의 체감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고, 1차를 고득점으로 무난하게 합격했다.




그리고 이제 2차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3개월이었다. 1차는 4월 말, 2차는 8월 중순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때는 하루에 인강을 8개 이상씩 들었던 것 같다. 세법학이 양도 방대하고 휘발성도 강해 공부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동차 시험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2차 시험 1달 전에는 최종 GS모의고사반이라고 해서 7월 한 달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모의고사 형태로 시험을 보는 강의를 들었다. 총 4번, 진짜 2차 시험처럼 주관식으로 예상 문제를 풀어보는 반이었는데, 4번의 모의고사 중 3번째까지는 점수가 정말 형편없었고 마지막 1번만 평균 60점을 간당하게 넘는 수준이어서,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어가며,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으려고 애썼다...


3개월 고생하고 끝낼 건지, 1년 더 공부할 건지는 오로지 나에게 달렸다. 할 수 있다.


절대적인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정말 잠 자는 시간 외에는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다. 공부시간을 재는 어플을 사용했었는데, 2차 시험 전달인 7월에는 하루 순공부시간 12시간을 처음으로 돌파했었다. 그래서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정말 고3 수험생 시절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했던 때가 아니었다 싶다.




시험 전날까지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2차 시험 당일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시험을 보고 나오며, 만약 2차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난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 없이 다음 해 시험도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참 운이 좋게도, 바로 그 해 2차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합격인원을 늘린 덕분인지, 시험이 어려웠던 덕분인지 몰라도, 아주 커트라인에 가까운 점수로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합격 점수나 등수가 아니었다. 내가 합격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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