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게임을 해 봤어요!"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 다시 게임에 참가하게 된 주인공 성기훈의 대사다. 은행원 타이틀을 내려놓고, 세무사로서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 내 마음가짐이 그랬다. 물론, 세부적인 업무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에는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인 것은 동일했기 때문이다.
나를 꼭 뽑아주세요!라고 구애했던 20대 초반과는 달리, 이제는 나도 회사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이런 건 배우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 회사의 분위기나 지향점은 이렇구나.'
회사를 고르는 나의 취향도 생겨버린 것이다. 회사에 입사한 후, 세법 지식을 쌓는 것과 별개로, 장부 기장을 위해 회계 프로그램을 배워야 했지만, 은행에서도 전산으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고객 응대야 늘 하던 일이었기에,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일하는 게 재미있었다. 다시 신입이긴 한데, 뭔가 인생 2회 차 같은 느낌으로 즐기는 기분이었다.
이런 나와 달리, 내 주위에는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동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업무를 배우는 것도 일이지만, 사람 상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거래처 상대하는 거 너무 힘들지 않아?"
"맞아, 나도 처음에는 그랬지. 근데 나는 이미 고객 응대를 많이 해봤잖아.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느껴지는 거지."
원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수많은 고객을 만나보고, 심한 진상고객도 다뤄봤기 때문에, 갈고닦은 마음 수련의 결과였다.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은행에서 원칙에 따라 업무처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고객에게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 적도 있었다. 그저 영업점에서는 큰소리가 나면 안 되었기에.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진상을 진상으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별 수 없었다. 내가 책임자의 위치였어도 어떻게든 고객을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고 화내는 고객, 1시간 전 번호표를 가져와서 본인 먼저 해달라는 고객, 서류 없이 그냥 일처리 해달라는 고객, 일일이 여기에 다 나열할 수 없지만, 정말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고객들도 많았다. 심지어는 영업점에 경찰까지 출동한 적도 있을 정도다. 이러니 상호 존중의 관계인 거래처 대표님이나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응대가 수월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걷다가 빠르게 걷기 속도를 올렸을 때는, 올린 속도가 너무 빠르게 느껴지지만, 점점 속도를 높여 달리다가, 다시 원래의 속도로 돌아오면,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빠른 속도를 극한까지 겪어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이처럼 마음도 마찬가지로 쓰면 쓸수록 단련이 된다. 처음에는 마음 근육을 쓰는 방법을 몰라, 너무 힘을 주어 다치기도 했지만, 점점 지나면서 마음의 역치가 높아졌다.
이렇게 단련해 둔 마음 근육 덕분에 나의 2번째 직장생활은 오로지 업무 능력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