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졸업합니다

by 화이트골드


'진짜 이번 시즌만 끝나면 퇴사해야지'


'이 정도면 다닐만한데?'



직장인의 무한 변덕의 굴레.


매년 1월부터 6월까지 숨 가쁘게 시즌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한 해의 반년이 훌쩍 지나있다. 6월의 성실신고 사업자의 결산, 종합소득세 신고까지 마칠 때쯤 온전히 전년도의 업무가 끝이 난다. 상반기에 굵직한 신고들이 몰려있기에, 하반기에는 그나마 상반기에 비하여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러니 항상 3월, 5월에는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이번 시즌만 끝나면 꼭 퇴사하리라 생각했다가, 또 여유 있는 하반기 연봉협상 시기가 되면, 다시 그 감정을 잊고 지내기를 반복하며, 어느새 5년 차가 되었다.





나름대로 법인에서 인정도 받고, 연차가 쌓일수록 내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도 했다. 물론 시즌에 일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비시즌기간에는 적당히 워라밸도 지키면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휴가도 자유롭게 쓰며, 적당히 만족하며 살 수는 있었다.



기본적으로 업무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되었던 저연차와는 달리, 중간 관리자로서 업무 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나를 찾는 일이 많아졌고, 내 성격상 하나하나 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서, 피로감이 쌓여만 갔다. 그리고 점점 타성에 젖어 쉽고 편한 것만 찾게 되는 나를 보게 되었다.



회사는 새로운 사업을 도입하며 한 번 더 혁신을 꿈꾸었고, 여기서 나는 함께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따로 내게 스스로 다른 자극을 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직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 이직이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법인에 남아 파트너급으로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개업을 할 것인가 둘 중의 하나였다.





회사를 다니는 사이에 결혼을 했기에, 여자로서 이후의 출산, 육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당히 회사에 수긍하고, 육아휴직 쓰고 그렇게 워라밸 지키고 한다면 이것도 꽤 괜찮은 미래였다. 그런데, 만약 아이를 키우다가 중간에 다시 개업하고 싶어 진다면, 그때는 쉽게 개업할 수 있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개업에 대한 기회비용이 커져만 갔다. 퇴사하면 당장에 들어오던 월급이 다음 달부터 들어오지 않는다. 제로 아니 마이너스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1년만 더 하자, 1년만 더 하자 하던 것이 5년이 되어버린 것이다.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은 이미 일찌감치 퇴사한 지 오래였고, 각자 자리를 잡아야 가고 있었다. 한 번 개업하면, 개업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수입을 떠나, 다시 한번 열정을 갖고 개척해 나가는 마인드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했다. 내가 이 자격증을 공부하게 된 이유. 회사생활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냥 단순히 자격증이 있는 직장인을 꿈꾸었다면, 오히려 대우가 더 좋은 다른 자격증을 준비했을 것이다. 잠시 잊었다, 회사는 내 종착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 개업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다시 그때 가서 직장인으로 회귀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졸업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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