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만 1년이 지난 나의 사업장! 짝짝 자축 (고생했다 나 자신) 은행 인터넷 뱅킹 들어갔더니 창립기념일이라고 메시지가 뜨는데, 갑자기 너무 거창해 보여서 당황스럽네. 아무튼 오늘은 1주년이 지난 소회를 적어보려고 한다.
1. 연락
근세 때에는 퇴근 시간 이후에나, 주말에 연락 오면 진짜 너무너무 싫었다. 그렇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늦게 확인하거나, 돌아오는 월요일에 출근해서 답을 했었다.
내가 사업자가 되니까 주말이 뭐람? 그냥 연락 오면 그때그때 콜백 하거나, 답변한다. 어차피 이거 밀리면 내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기니까, 들어온 건 하나하나 빠르게 처리해야 내가 편하다. 상담 중이 아니라면 최대한 빠르게 피드백하고 있다. 그 시간이 평일 늦은 저녁이건, 주말이건 사실상 매일매일이 영업시간인 셈이다.
2. 휴가
직장인일 때에는 분기별로 여행계획이 항상 있었다. 이거 끝나면 여기 놀러 가고, 이거 끝나면 여기 가야지. 이런 여행이 있어야만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현재를 버틸 힘이 있었다. 그래서 항공권 특가 알림 다 등록해 두고, 평일에 휴가 내고 여기저기 잘 다녔다. 이러려고 돈벌지! 하는 보상심리가 강했던 것 같다.
개업하고 나서는 평일에 어디 나가는 건 다 돈이다.. 돈! 내가 그 시간에 일하면 벌 돈을 못 버는 기회비용도 있기도 하고, 나가서 쓰는 것도 돈이고, 확실히 이중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까지 개업하고 한 번도 해외여행을 못 갔다. 연말에는 그래도 신고기간도 아니기도 하고, 거래처들도 다들 연말에는 일 마무리하는 시기라, 연말에 가족여행 하나 잡아두었다. 늦은 나만의 여름휴가.
3. 스트레스
직장인은 시키는 일은 다 해야 한다. 그러려고 월급 받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시간만 많이 들고 보수가 적정하지 않은 일이나, 소위 진상으로 보이는 고객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하면서도 불평불만은 속으로 쌓일 수밖에 없었다.
이게 싫어서 내가 개업을 했다. 그래서 적정한 보수가 아니면 일을 수임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1년을 지켜왔다. 혼자서 일하기 때문에 아직은 무너지지 않고, 이 신념을 나름 잘 지켜가고 있다.
우리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낮게 보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고객은 애당초 내 고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수임하지 않는다. 그런 고객에게는 충분히 다른 곳에서도 비용을 알아보고 그쪽이 저렴하다면 거기서 하시기를 권한다. 오히려 그 시간에 다른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 같다.
4. 마인드
3번이랑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마인드가 아주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직장인으로서 얻는 성취나 보상보다, 개업하고 나서 얻는 성취, 보람의 강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진짜로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것. 반대로 말하면, 하고 싶을 때는 하고, 하기 싫을 때는 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일에 대한 의사결정의 선택권이 나한테 있다는 것이 이렇게 만족스러운 일이었나 싶다.
당연히 모든 상황에서 100% 모든 걸 내가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90% 이상은 내가 통제하고, 계획한 범위 안에서 일이 이뤄진다. 업무 시기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참 큰 행복으로 느껴진다.
5. 세법 지식
회사에 있을 때에는 거의 비슷한 업무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순간부터는 세법 지식 등 업무 역량이 느는 속도가 정체되기도 했다.
그런데 개업하고 나니, 법인에서 있을 때 해보지 않았던 정말 다양한 업종,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게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사실 세무 업무 범위도 굉장히 방대하기 때문에 세무사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 대해 다 경험이 있을 순 없는데. 어떻게 자꾸 내가 안 해 본 케이스들이 생기고 그게 들어오는 건지...?
그래도 또 우리는 전문가니까, 기대에 부응하며 해결해야지! 그러다 보니 더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당연히 세법 지식도 날로 강화되는 중.
먼저 개업한 선배들이 법인에서 근세 때 배우는 것보다 직접 시장에 나와서 부딪히며 배우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한 건지 이제야 나도 알게 되었다.
6. 약속
일단 회사를 안 다니니까 눈에 띄게 약속이 줄었다. 혼자 일하니까 회식할 일도 없고. 특별히 내가 막 영업한다고 술약속 잡고 다니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고.
이제 평일 낮 시간에도 자유롭다 보니, 점심 약속도 잡는 데 무리가 없으니, 웬만하면 저녁보다는 점심 약속으로 해결하는 일도 많아졌다.
7. 체력 관리
나와 같은 1인 사업장은 내가 아프면 사업장이 무너진다(?) 그래서 내 체력관리가 진짜 제일 중요하다. 의무적으로라도 운동하고 영양제 챙겨 먹고, 일에 차질 없게 체력 관리해야 하므로. 평일 과음은 자제 중...
운동은 원래는 1:1 필라테스를 했었는데, 이게 연으로 환산해 보니 돈이 꽤 많이 들어서. 골프도 필라테스도 일단 쉬는 중... 헬스나 일단 열심히 하는 걸로.
8. 자금 관리
직장인처럼 꼬박꼬박 고정적으로 급여가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 현금을 항상 들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단 개업 전에 무조건 마통을 개설하고 봐야 함.
들어오는 만큼 나가는 게 사업 인생.. 아무래도 직장인일 때보다는 스트레스에 의한 개인적인 충동소비는 줄어든 듯하다. 매월 사업 고정비 나갈 게 있고, 사업에는 아끼지 말자 주의기 때문에, 반대로 쓸데없는 개인 지출을 나름 잘 통제하고 있다.
사실 개업 당시만 해도 1년은 당연히 적자를 감수했는데, 정산해 보니 까먹지는 않았네. 처음엔 마통 쓰다가 이제는 현금흐름 여유가 생겨서 다시 저축이랑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도 이 불황에서도 굶어 죽지는 않았구나. 물론 아직 원래 퇴사 전 연봉까지는 못 갔지만, 단계적으로 늘려가보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적어봤지만, 결론은 개업 라이프 매우 만족이다.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래서 개업 언제 하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자금적으로 힘들지만 않다면 최대한 빨리 하기를. 하루라도 어릴 때 나와서 이것저것 부딪히면서 배우는 걸 추천.
개인적으로 올해 참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이 성장한 해인 것 같다. 이렇게 내가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리하다 보니 2025년 한 해 결산 정리가 된 기분이지만, 남은 2달도 마무리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