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오히려 좋아

by 화이트골드


내가 사무실에서 혼자 일한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물어본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혼자가 더 편하더라고"



실제로 나도 혼자 일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혼밥도 별로 안 좋아하고, 혼자 여행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편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 거라는 생각이 컸었다.



그런데 막상 개업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결론적으로는 오히려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상담 예약이 없는 날에는 옷도 나름 편하게 입을 수도 있고. 일하다가 자세도 좀 흐트러트릴 때도 있고 말이다.





물론 업무의 특성상, 당연히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할 수는 없다. 대면 상담이 없더라도 매일 고객과 전화로 소통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혼자라는 사실에 특별히 적적함을 느낄 새는 없는 듯하다. 말을 하기는 하니까? 특히 이제는 나이가 든 건지 카카오톡이나 메시지는 답답해 전화 피드백이 편하다. 이렇게 나도 늙어가는 거지...








아무튼, 혼자 일하는 것의 메리트는 일단, 점심메뉴 고르기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회사 다닐 때는 매번 내가 팀 점심메뉴 골랐어야 했는데, 이제는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되고, 메뉴 고르기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된다. 직장인들한테는 점심 메뉴 고르는 게 은근 스트레스라고요... 모두 만족시킬 수 없고, 참 그래요. 그리고 점심시간도 어떻게 보면 업무시간 같기도 하고, 노동이다. 그런데 혼자 밥 먹으니 점심시간이 그냥 나 혼자만의 진짜 자유시간이 된다. 사실 회사 다닐 때 약속 없는데 약속 있는 척하고 혼밥하고 쉬러 간 적도 많음...





두 번 째는 소리 내어 글을 읽어도 된다!


이건 나한테만 장점인 거 같은데, 나는 매일 내 머릿속에 있는 세법내용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래서 관련 예규 판례나 법령을 찾아봐야 할 일이 많은데, 세법이 도무지 눈으로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많다..)


'아니 이게 한국말이 맞나' 싶은데-


이를 테면 이런 조항은 이 경우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다만, 이러한 경우는 제외한다.. 와 같이 부정에 부정 그리고 단서 조항 등. 진짜 정신 안 차리고 읽다가는 흐름 놓치기 일쑤다. 그럴 때면 일단 종이로 전체 출력 한 다음에, 형광펜과 밑줄 쫙쫙 그어가며, 소리 내어 글을 읽는다. 그럼 뭔가 더 집중되는 기분이랄까.




세 번 째는 음악도 취향대로 틀어놓고 일할 수 있다!


오전에 출근해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보통 라디오를 켜 놓는다. 나만의 아침을 여는 느낌으로. 그러다가 중간에 약간 라디오 소리가 거슬리거나 하면 백색소음처럼 클래식 음악이나 집중 잘되는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놓는데, 이게 진짜 효과가 좋다. 특히 블로그 글을 쓰거나, 브런치 써야 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 번은 라디오 틀어놨는데, 선곡으로 빅뱅 뱅뱅뱅 노래 나와서 아침부터 갑자기 너무 신나 버린 적도 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지금 업무 만족도 최상인 것 같네. 1년 만에 혼자에 익숙해져 버린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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