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버리려 할 때마다 그것이 우리 집에 있어야 할 이유를 생각해낸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으면서 괜히 이게 없으면 허전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특히나 새것들은 더 아쉽다. 사이즈가 미묘하게 작지만 교환이 귀찮아서 놔뒀던 옷들, 5만 원 이상 사면 주는 사은품을 받으려고 대충 골라 산 책들, 그런 것들은 사용하지는 않지만 버리거나 팔기에는 아까운 마음이 든다.
늘 물건을 쌓아두는 나지만, 몇 년 전 책장을 싹 정리해버린 적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모아 온 책들을 죄다 팔아버렸다. 500여 권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십몇년 동안 내 방에 있던 것들을 버리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팔고 나니 막상 허전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무 살이 넘은 후로는 펼쳐보지도 않았던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허전할 리가 있나. 평소에 거기 그 책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어차피 보지도 않을 거, 어차피 쓰지도 않을 거, 어차피 입지도 않을 것들을 왜 그렇게 아까워 했을까. 수집가들처럼 소중히 보관한 것도 아니고 다시 읽고 또 읽은 것도 아니고 그저 방치해뒀으서 말이다. 책들도 역할이 있지 않은가. 정보와 이야기의 전달이라는 역할.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고 그럴 기회마저 박탈당했던 내 책들은 그 본질을 잃어버려 슬퍼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판 덕분에 나는 공돈이 생겼고, 그 책들은 중고서점에서 다시 누군가에게 읽혀 책의 소명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책에게도 그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모두 좋은 일이다. 그래, 역시 책을 팔아야겠다. 아, 아직 읽지 않은 책은 빼고. 읽어야 하니까. 읽은 것 중에 재밌었던 책도 빼고. 혹시 다시 볼 수도 있으니까. 읽다가 이해하지 못해서 덮었던 책도 빼고. 언젠가 찬찬히 읽어볼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