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도 몇 있고 가족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며 거의 칩거 수준의 생활을 한다. 하루에 카톡이나 전화도 0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유일하게 바깥과 소통 아닌 소통을 하는 것이 라디오다. 이렇게 말하니 정말 칩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랴. 나는 라디오를 하루에 못 해도 4시간은 들으면서 메시지를 보내고 참여한다. 요즘처럼 재미난 일이 없을 때에도 이것만은 챙겨서 하고 있다. 특히나 심야 라디오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옥상달빛의 ‘푸른 밤’을 즐겨 듣고 있다. 심야라기에는 조금 애매한 11시부터 1시까지 진행되는데, 애매하게 늦게 자는 사람들이 듣기 좋다. 심야 라디오치고는 활발해서 색다르고 코너들도 재밌어서 작업할 때 들으면 좋다. 그래도 역시 심야 라디오는 심야 라디오다운 것을 선호한다.
이전에 즐겨 듣던 라디오는 강다솜 디제이의 ‘잠 못 드는 이유’라는 라디오였는데,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진행되었다. 심야임에도 생방송으로 진행되어 사연을 읽어주고 답해주는 재미가 있었는데, 시간대가 늦춰지면서 녹화방송으로 바뀌어서 아쉬웠다. 라디오 디제이와 애청자들 사이에는 묘한 유대감이 있다. 특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에서는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읽어주고 답해 주면서 더욱 유대감이 생긴다. 예민해서 고민이라는 사연에 나는 책을 추천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디제이는 그것을 읽어주었다. 이렇게 사연자와 디제이와 나 사이에는 약간의 유대가 생기는 것이다.(나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죄송하다.) 가끔은 친구에게도 말 하지 않는 것들을 라디오에 보내기도 했다. 심야 라디오에는 조금 우울한 얘기들도 허용되니까.
이 라디오 프로그램은 이제 없어졌다. 보통은 디제이만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그램이 아예 폐지되어 버렸다. 사실 시간대가 바뀌면서는 너무 늦어져서 잘 못 들었는데 마지막 방송은 챙겨 들었다. 반년 가량 들었을 뿐인데도 어찌나 허전하고 섭섭하던지. 좋아하는 것들은 사라진다. 그래서 그 좋은 순간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아침 라디오는 어떨까? 나는 아침에도 라디오를 챙겨 듣는 편인데, 정지영 디제이의 ‘오늘 아침’을 듣는다. 아침 라디오는 아침 라디오답게 활기차다. 사연들도 일상의 행복이 느껴지고, 선곡도 상큼하다. 그리고 아침 준비를 할 때 유용하다. 나는 아침 라디오를 일종의 시계 개념으로 듣는다. ‘이 코너’ 할 때쯤에 머리를 말려야 해, ‘그 로고송’ 나올 때는 옷을 입어야 해, 같은 것이다. 얼마 전 짧은 여행을 갔을 때에도 호텔에서 정지영 디제이의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낯선 호텔도 마치 내 방처럼 편안해졌다.
TV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의 종말을 예견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e-book이 아무리 보편화 되어도 종이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라디오와 종이책에는 TV와 e-book에는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아침부터 잠들 때 까지, 여행을 가서도 라디오는 내 친구가 되어 준다. 라디오는 이렇게 우리와 '소통'을 한다. 그것이 라디오가 TV를 넘어 온갖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시대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친구가 없다고 서운해 마시라. 라디오에 수많은 디제이들이 우리 얘기를 들어주려 귀를 열어두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