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26 - 연날리기

by 백홍시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연을 만들어 연날리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즘은 연도 다양하게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그때는 방패연 아니면 가오리연이 전부였다. 나는 방패연보다는 가오리연을 선호했는데 만들기도 쉽고 어쩐지 더 잘 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비닐 소재로 된 마름모에 나무로 된 대를 붙이고 꼬리만 붙이면 완성이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날, 우리는 두꺼운 겨울옷과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운동장에 나갔다. 한 손으로는 얼레를 잡고 한 손으로는 연을 잡은 후 달렸다. 바람을 약간 타는 것 같으면 연을 잡은 손을 놓았다. 그때 운이 좋으면 연이 뜨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마음껏 얼레를 풀어주면 연이 높이 또 높이 날았다. 친구들과 누가 누가 높이 나나 내기도 하고, 누가 누가 오래 띄우나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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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날리기를 했던 추억을 떠올리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나는 연을 썩 잘 날리지는 못했지만 연날리기를 좋아했다. 연은 ‘내가 갈 수 없는 곳’과 나를 연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운 좋게 연을 높이 띄우는 날이면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하늘 높이 나는 연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하늘에 있는 듯했다.


높아 보이기만 하는 하늘과 나를 이어주는 가느다란 실. 그 실 끝에 연이 마음껏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연이 바라보는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도 나는 아주 작은 존재였을 터. 나 대신 더 높이 날아달라며 얼레를 열심히 풀어재끼는 작은 존재.


잠들기 전 이런 별 볼 일 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또 생각해 보니, 오늘 나는 하늘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런. 한 때는 예쁜 하늘만 보면 카메라를 들이대던 나인데.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지하철 시간표를 보며 뛰는 대신에 하늘을 보며 걸어야겠다. 그러니 오늘의 생각은 이만. 내일의 하늘을 위해 잠에 들자. 꿈속에서는 마름모꼴의 가오리연을 누구보다 높이 날리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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