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부끄러운 글을 보았다.
불과 몇 달 전 내가 쓴 글인데, 쓰면서도 나는 몹시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지금 보아도 몸서리치게 민망한 그 글은 아직도 브런치에서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의 나는 죽을 날을 받아놓은 사람처럼, 아니 제발 죽을 날을 받고 싶은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어제는 오랜만에 본가에 갔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마구 춤을 추었다. 엄마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깔깔 웃었다. 강아지도 나를 보고 신이 나서 빙글빙글 돌았다.
몇 달 후에 내가 이렇게 웃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언제 했는지도 모를 "너무 행복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이런 단순하고 어이없는 이유로.
삶이라는 게 종종 뜬금없는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행복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러는 건가 보다.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로봇처럼 살다가 감정이라는 게 생긴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다.
어이없을 정도의 사소한 이유로 너무 행복해 눈물이 찔끔 나는 날들이 살면서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이렇게 유치하고 순수한 감정은 정말 흔치 않고 소중한 것.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그러니까 지금 right now 돈도 왕창 쓰고 마구 행복해 하자.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 때 많이 사야 한다.
무엇으로도 행복을 살 수 없는 행복 품절 사태가 내 삶에서는 자주 벌어졌으니까.
행복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행복해해야지.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도 끝날 테고, 또 부끄러운 글들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날이 오겠지.
분명 올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 왔으니까.
누군가의 말처럼 나도 지금 이 날들을 무기로 쓸 거다.
나중에 힘든 날이 왔을 때 '이렇게 행복한 날들도 있었잖아.' 생각하며 또 버텨내는 무기.
행복한 순간들은 달아나겠지만 이 기분들을 글과 그림으로 마구 모아서 무기창고를 만들어 버려야지.
오랜만의 일기입니다.
저는 무척 잘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도 걸리지 않았고요.(아직은)
페북 로그인 오류로 한동안 브런치에 접속하지 못했었어요.
그동안에도 새 구독자 분들도 계시고 라이킷 눌러주신 감사한 분들도 많이 계시네요.
당분간은 바쁠 것 같아 브런치 업로드는 자주 하지 못할 것 같아요.
나중에 재공지하겠지만, 여름에 열리는 부산 일러스트 페어에 친구들과 참가할 예정입니다.
아직 작업 진행률 0%라 어떤 걸 들고 갈지 모르겠지만 심심하신 분들은 놀러 오세요~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봄날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