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30 - 유치하고 순수한 행복

by 백홍시

아주 부끄러운 글을 보았다.
불과 몇 달 전 내가 쓴 글인데, 쓰면서도 나는 몹시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지금 보아도 몸서리치게 민망한 그 글은 아직도 브런치에서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의 나는 죽을 날을 받아놓은 사람처럼, 아니 제발 죽을 날을 받고 싶은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어제는 오랜만에 본가에 갔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마구 춤을 추었다. 엄마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깔깔 웃었다. 강아지도 나를 보고 신이 나서 빙글빙글 돌았다.
몇 달 후에 내가 이렇게 웃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언제 했는지도 모를 "너무 행복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이런 단순하고 어이없는 이유로.

삶이라는 게 종종 뜬금없는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행복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러는 건가 보다.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로봇처럼 살다가 감정이라는 게 생긴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다.

어이없을 정도의 사소한 이유로 너무 행복해 눈물이 찔끔 나는 날들이 살면서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이렇게 유치하고 순수한 감정은 정말 흔치 않고 소중한 것.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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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right now 돈도 왕창 쓰고 마구 행복해 하자.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 때 많이 사야 한다.
무엇으로도 행복을 살 수 없는 행복 품절 사태가 내 삶에서는 자주 벌어졌으니까.
행복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행복해해야지.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도 끝날 테고, 또 부끄러운 글들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날이 오겠지.
분명 올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 왔으니까.

누군가의 말처럼 나도 지금 이 날들을 무기로 쓸 거다.
나중에 힘든 날이 왔을 때 '이렇게 행복한 날들도 있었잖아.' 생각하며 또 버텨내는 무기.
행복한 순간들은 달아나겠지만 이 기분들을 글과 그림으로 마구 모아서 무기창고를 만들어 버려야지.




오랜만의 일기입니다.

저는 무척 잘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도 걸리지 않았고요.(아직은)

페북 로그인 오류로 한동안 브런치에 접속하지 못했었어요.

그동안에도 새 구독자 분들도 계시고 라이킷 눌러주신 감사한 분들도 많이 계시네요.

당분간은 바쁠 것 같아 브런치 업로드는 자주 하지 못할 것 같아요.

나중에 재공지하겠지만, 여름에 열리는 부산 일러스트 페어에 친구들과 참가할 예정입니다.

아직 작업 진행률 0%라 어떤 걸 들고 갈지 모르겠지만 심심하신 분들은 놀러 오세요~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봄날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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