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42 - 뭐가 저리도 좋을까

by 백홍시

제 몸에 꼭 맞춘 듯한 골목을 달리는 마을버스.
제 몸보다 한참이나 큰 의자에 앉아 바닥에 닿지도 않는 다리를 흔들어대는 아이 둘.
버스는 내리막을 달리고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네.
뭐가 그리 좋은지 배꼽이 떨어질세라 배를 잡고 깔깔.
뭐가 저리도 좋을까,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는 뒷 좌석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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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나 살던 동네에는 내리막이 두 번 있는 길이 있었는데.
아빠 차를 타고 나들이라도 가는 날이면 그 길을 지나야 했었지.
길을 들어서기 전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양쪽에서 서로 손을 뻗어 잡고 있었고.
나무들이 손 잡고 만든 그늘을 지나면 드디어 신나는 내리막길.

한번 내려가면 나도 모르게 깔깔.
두 번 내려가면 동생이랑 마주 보며 깔깔깔.
숨이 넘어가도록 웃어젖히는 우릴 보고 엄마 아빠도 깔깔깔깔.


버스는 또다시 내리막을 달리고 아이들은 한바탕 까르르.
그래, 그게 그렇게 좋았었지.
내려가는 힘에 저항해 몸이 간지러워지는 느낌이.
지금은 그저 힘에 끌려가느라 웃지를 못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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