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잡문 50 - 같은 시간 다른 곳

by 백홍시

얼마 전에, 한동안 연락 없던 동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첫 책이 나왔단다.
몇 년 전에 데뷔했다는 얘긴 들었는데 드디어 첫 단행본이 나왔구나.
축하를 전했다.
책을 보내주겠다기에 주소를 보내주었다.
대화를 마치고 다시 할 일을 하는데, 집중이 잘 안됐다.

너무 잘 됐네. 요즘 단행본 잘 안 내주던데.
작품이 인기가 있었나 보네?
하긴. 재밌겠지. 원래 잘하는 애니까.


key-5105878__480.jpg



그런데 나는.
지금 대체 어디 있는 거지?
10년 전에 우린 분명 같은 곳에 있었는데.
아니, 생각해 보면 동기들과 내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나보다 재능 있고 열정 있으니.
게다가 나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았잖아.
한 길만 팠잖아.
당연한 걸 뭘 새삼.

창작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접은 지 오래다.
이제 와서 질투라도 해서 어쩌겠다는 건지.
그런데 내가 창작을 업으로 삼고 싶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프로'가 된다는 것은 부럽다.
그들의 창작물을 세상에서 필요로 한다는 얘기니까.
돈을 지불할 정도로 가치 있다는 얘기니까.

책이 도착했다.
표지도 참 예쁘다.
몇 장 넘겨봤다.
그래. 얘 스타일이네. 잘했네.
다 보지는 못 하고 책장에 꽂아 두었다.
동기의 책 옆에는 내 책이 있다.
내 돈 들여 독립 출판한 책.
거의 아무도 봐주지 않은 저 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책을 완독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내 안의 이 꼴 보기 싫은 질투를 갖다 버린 후여야 하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잡문 49 - 마시멜로 하나로 행복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