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잡문 60 - 맞잡은 손

by 백홍시

키가 내 허벅지께까지 오는 양갈래 머리 소녀가 걸어가.
걸음마다 힘차게 도리도리.
도리도리 도리도리 도리도리.
있는 힘껏 도리질을 하며 걸어가.


얘, 그러다 넘어져.
속으로 생각하다 문득 소녀의 손을 보니,
그래, 엄마가 잡고 있으니 넘어지지 않겠구나.
사람이 지나가면 당겨주고, 차가 오면 품어주고.
어쩌다 넘어지더라도 일으켜 줄 테니까.


도리질하는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까르르까르르 너무 신이 난대.
단단히 붙잡은 손이 말하네.
우린 서로가 너무나도 필요하다고.


손을 잡는다는 건,
가장 예민한 그 피부 끝이 맞닿았다는 건,
네 작은 무엇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다는 건,

서로 잠시 다른 곳을 보더라도 잊지 않겠다는 것.

딱 두 개밖에 없는 중요한 손,

그중 하나를 내어주었다는 건,

손으로 할 수 있는 그 무수히 많은 일보다 지금 네가 더 소중하다는 것.


그래, 엄마가 잡아줄 때 까진 괜찮아.
하고픈 대로 신나게 걸어도 괜찮아.
딱 한 명, 손 맞잡을 누군가만 있다면, 마음껏 신나게 살아도 괜찮아.


양갈래 소녀 : 그래? 엄마가 내 손 언제 놓는데?
나 : 글쎄? 아직은 멀지 않았을까? 일단 우리 엄마는 아직 안 놓은 거 같거든, 내 손.

그러니까 나, 신나게 살아도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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