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지나지 않을 것 같은 밤들이 있지.
나의 계절이 바뀌는 것을 불현듯 깨닫는 어느 밤,
그런 환절기의 열병 같은 것.
지나고 싶지 않은 계절도
끝내 밟고 지나야 만 하는 것이 서러워.
절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다음 계절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두려워.
그렇게 몸서리를 치다 잠드는 밤에는,
나에게 창작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마음을 토닥인다.
아무것도 없지는 않아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느 밤에,
그래도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어서,
글이라도 쓸 수 있어서,
나는 오늘 밤도 살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