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76 - Wanna be brave for me
"아파요?"
첫 번째 바늘이 살을 뚫었다.
까만 잉크가 하얀 팔 안쪽을 타고 스며들었다.
내 몸에서 가장 여리고 하얀 살. 나는 그곳에 평생 남을 글자를 새기기로 했다.
"그냥 따끔해요."
잔뜩 겁먹었던 것이 민망할 정도로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살이 많은 부위라 그런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 참을 만 하단 생각도 잠시, 따끔한 아픔이 계속되자 꽤 아프기 시작했다.
반 정도는 됐나 싶어 잠시 보니 웬걸, 열세 글자 중에 이제 갓 네 글자를 새겼다.
이제 네 글자 한 거냐는 허망한 물음에 타투이스트 언니는 웃으며, 연필로 쓰듯 슥슥 쓰는 것은 아니란다.
그야 그렇겠지만요. 어쩐지 막막한 기분.
하지만 이미 새겨진 네 글자는 너무나도 예뻤고, 나는 애써 노래에 집중하려 애썼다.
아프든 말든, 당연하게도 시간은 언제나처럼 흘렀고, 나의 첫 번째 타투는 곧 완성되었다.
내가 몸에 글자를 새길 거라는 걸 10여 년 전의 나는 꿈에도 몰랐겠지.
당시 다니던 학원에는 양쪽 팔에 타투를 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그분이 말을 건네 올 때마다 싫은 내색을 감추지 못했었다.
타투를 한 사람은 무섭다? 불친절하다? 날라리다? 뭐 그런 편견이 있었지.
항상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걸어온 쪽은 그쪽이었고, "네, 아니오, 모르겠는데요." 불친절 기운을 내뿜은 것은 언제나 내 쪽이었는데도.
그런 편견 따위, 어느 날 하루아침에 버려질 수 있었다.
사실 편견이란 것을 가지고 있었을 때부터 항상 모순도 함께 존재했었기 때문에.
타투한 사람 모두가 무섭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왠지 싫어서 그 요상한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튼 그런 편견을 훌훌 털고 나니 나도 타투가 하고 싶어 졌다.
예쁜 별을 그려볼까? 문양은 어떨까?
그러다 결국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문구를 새기기로 했다.
나는 나와 잘 지내야 하니까
I am on your side
나는 죽고 싶은 마음과 싸워 이기고 싶으니까
never die
나는 용기를 가지고 싶으니까
BRAVE
이렇게 세 문구를 여기저기 새기고 나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고통은 별개로 치자)
Brave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우효라는 뮤지션의 노래인데 가사가 아주 멋지다.
Wanna climb moutains with you
Push boudaries with you
Wanna be braver than ever
Braver for you
누군가에게 바치는 노래지만 나는 나를 위한 의미로 새겼다.
어느 때보다 용기 있게, 내 편으로, 잘 존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