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80 - 불쾌한 일상

by 백홍시

폭염에 불쾌지수가 높아져서인지 오늘은 하루 종일 불쾌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오늘은 마스크도 짜증이 났다.

아침에 출근을 하니 마스크 안으로 땀이 송골송골.

아, 이 더운 날에 마스크라니.

아, 이토록 쉽게 무너지는 일상이라니.

나는 이럴 때마다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덧없음이 슬퍼진다.

아, 종잇장 같은 삶이여.

습자지만도 못한 일상이여.

이 끝없이 부정적인 사고는 언제쯤 뜯어고쳐지는 건지.




불쾌하고 부정적인 인간이 우체국엘 갔다.

옆에서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직원이 한 손님을 큰 소리로 타박하는 한마디를 들으며 우체국을 나왔다.

내가 파악한 것은, 손님이 기초수급자였고 무언가 설명을 잘못해 일이 꼬여 직원이 화가 났다는 것이 전부.

나는 그것을 듣자마자 직원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걸음 더 걸어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 다시금 생각하니, 나는 앞뒤 사정이라곤 전혀 모르지 않나 싶었다.

그저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와 손님의 멋쩍어하는 태도, 거기다 기초수급자라는 정보가 더해져 어쭙잖은 동정심이 일었을 뿐.

고작 그 정도로 마음속에서 잘잘못을 따져도 되는 것일까?

또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두 블록을 걷는 동안, 아무리 그래도 소리를 지른 건 역시 직원이 너무했다 싶었다.

그래. 어찌 됐든 본인 일인데 그 정도로 소리친 건 잘못된 거야.

그렇게 결론 내리며 나는 또 땡볕을 걸어 누구라도 붙잡고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회사로 돌아왔다.



저기, 너무 가까이 붙지 말았으면 해.
적당히 떨어져 있어 줘.
가까이 오면 이렇게 마음이
들쭉날쭉해지는 걸.
가끔은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단 말이야.
그러니 적당한 거리에.
적당히 따뜻한 곳에.
내가 유쾌하고 긍정적일 수 있도록.
알았지?



네가 태양이든 뭐든.

매거진의 이전글잡문 79 - 의식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