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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Apr 27. 2021

잡문 106 - 불타지 않는 돌덩이

무슨 짓을 해도 풀리지 않는 뭉쳐진 마음이 있다.
이제 그것이 남은 마음의 찌꺼기인지 그냥 돌덩이 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간에 묵직한 그 무엇은 종종 나를 짓눌러 숨을 못 쉬게 한다.


짓누르는 와중에 또 어느 한구석이 슬프다.
삶이 너무 길다는 사실도,
또한 동시에 너무 짧다는 사실도,
그 모두가 아리면 어찌해야 하나.



하지만 혀가 아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마늘도 구우면 달콤하지 않나.
아려 견딜 수 없는 마음들도 뜨거운 마음으로 지글지글 지져보면?
그럼 어쩌면, 만에 하나라도, 조금은 달콤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내게 그런 뜨거운 숯 같은 마음이 남았나.

하얗게 불태우지도 못한, 습기 먹은 장작 같은 마음만이 가득한데.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무엇인가 뭉쳐진 돌덩이를 연료 삼아 태우며 산다.

잘 타지도 않는 그것을 부지깽이로 쑤셔 가며.

아린 마음 달콤해지는 것 기다리다 오늘도 하루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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