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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May 01. 2021

잡문 107 - 비 오는 밤에는

오는 밤에는 아주 느린 노래가 좋더라.

노랫말 사이사이 여백으로 스며드는 빗방울이

귀로 흘러들어와 마음까지 닿거든.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던 어느 구석에도

물은 흘러갈 수 있지.

촉촉이 적실 수 있지.



노래가 흐르고 마음속에 빗방울이 흐르면

나도 녹아내려 그들과 함께 흘러가.

습기 먹은 공기 어딘가, 젖은 세상 어딘가로 천천히.

흐르고 흐른 끝에 어디까지 닿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딱딱한 구석이 녹아내리는 것만은 확실해.


그러니 비 오는 밤엔 여백이 많은 노래를,

사이로 쉽게 끼어들 수 있는 노래를,

보이지도 않는 구석까지 빗방울을 운반해 줄 노래를.


뿌옇던 하늘이

기어코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어느 밤에

그런 노래를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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