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지요.
하지만 오랜 어둠에 익숙해진 나는
되려 앞이 잘 보인답니다.
곧 하늘이 맑겠지요.
하지만 온종일 흐린 나는
되려 눈이 부실뿐이랍니다.
당신도 곧 나를 떠나겠지요.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나도 나를 떠날 것이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날일지라도
그런 말 따위 아무 의미 없는 날일지라도
모든 날은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을 겁니다.
나도 곧 사라질 것이기에.
어둠에 익숙해진 날들이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한 채 계속된다 하여도
그 또한 사라지겠지요.
그리하여 모든 것은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아무렇다 할 내가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