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회의만으로 끝나버린 첫 출근일
출근시간이 8시 반이긴 했지만 다행히 호텔에서 사무실이 5분 거리인지라 호텔 조식으로 커피와 빵을 챙겨 먹고 여유롭게 출근했다. 자리를 배정받아 간단히 짐을 풀고 들어 간 첫 회의, 북경에서 함께 호흡 맞추며 일하게 된 중국 스텝들과 한국 스텝들 간의 인사와 소개가 있었고 부서별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예상했던 시나리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의외라면 컴퓨터를 회사에서 지급해 주지 않고 구입 가격의 60%를 지원해 준다는 정도. 덕분에 출국 전 부랴부랴 최신 사양의 노트북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야말로 새 노트북이었기에 정상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설치해야 할 프로그램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나마 더 저렴했던 Free-Dos를 마다하고 윈도우라도 설치된 노트북을 산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근무 첫날 결국 MS 오피스를 비롯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못했다. 그만큼 첫날부터 '회의'라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중국인들이 말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회의도 잦고 회의시간도 길다. 첫날에만 서 너 개의 회의를 했는데 압권은 저녁 9시까지 진행된 6시간의 마라톤 회의였다. 통역을 통해 이해하는 만큼 언어의 장벽이 있긴 하지만 내 머리로는 저녁식사까지 건너뛸 만큼 중요해 보이는 안건은 아니었다.
정말 신고식인가? "이게 완다 스타일이야!" 부장님의 말에 이제 적응해야 하나 싶지만 효율성을 따지는 한국식 회의문화에 익숙한 시선으로는 결론도 없이 늘어만 놓는 그들의 회의 방식이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북촌을 사랑하는 마케터가 낯선 도시 북경에 가서 겪는 좌충우돌 정착기.
소소한 기록 속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마케팅 시장과 차이나 라이프의 단면을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