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세계여성의 날 대륙의 흔한 풍경
3월 8일을 기억하시나요?
3월 8일, 이 날은 북경 생활에서 매우 특별했던 날로 기억한다. 평소와 같이 출근하는데 카운터에 앉은 젊은 남성이 여직원들에게 장미 한 송이씩을 건넨다. 처음엔 이 생경한 광경이 이벤트 회사에서 광고를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회사에서 준비한 이벤트라고 했다.
장미 한 송이씩을 손에 쥔 여직원들의 다른 손에게는 완다시네마 영화 티켓이 들려있었다. 일찍 퇴근해 영화라도 한 편 보라는 배려이다. 빈말이 아니라 이 날은 여성에 한해 오전 근무 후 퇴근할 수 있는 특권을 준다. 이렇게 로맨틱한 회사였나? 생각하니 중국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단다.
3월 8일이 세계여성의 날이었던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한 번도 이를 기념일로 여겨 이벤트로 진행하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녀평등, 여성인권! 말로는 외치지만 중국에 비하면 한국은 후진국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히 이벤트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중국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남편이 상당 부분 가사를 돕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때문에 퇴근 후 부어라 마셔라 회포를 푸는 회식문화도 많지 않다. 혹자는 맞벌이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에 기인한 것이라 평하지만 한국에도 맞벌이 부부는 얼마든지 있다. 그보다는 공산주의에서 강조하는 가치 중 '평등'이 중국인들의 라이프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평등'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데 모두가 평등하다고 가르치다 보니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길거리에서 나이 많은 어르신에게 언성을 높이는 젊은이들이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덧말.
회사의 배려에도 우리 팀 여직원분들은 퇴근시간이 넘어서도 야근을 하고 말았다. 일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