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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잉크 May 01. 2017

한 장의 사진이 돌아올 확률에 대해

외국인 관광객과의 기막힌 에피소드

한 장의 사진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 관광객과 찍은 사진이 다시 내게 돌아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글은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 그 확률에 대한 기막힌 이야기이다.  

2016. 3. 17

사실 이 사진이 내게 전해질거란 기대는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혹여나 그들이 SNS에 남긴 기록이 돌고 돌아 내게도 전달되는 행운이 찾아오길... 하고 나즈막히 바란 것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서울을 여행 온 이들을 만난 것은 화이트데이 저녁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내가 베푼 친절에 감사하다며 함께 찍은 사진이다. 내 폰으로도 찍고 싶었지만 하필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던 참이라 차에 두고 나온터였다. 제주도로 떠난 줄 알았던 이들은 며칠 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됐고, 우연히도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내 블로그 글을 보고 댓글을 남겨 연락이 닿았다.(사진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카톡으로 전해주었다!)


디지털 마케터로 활동하며 디지털을 통해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되지만 이런 인연은 또 처음이다. 집에서 코 닿을 거리의 이웃이었건만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되다니... 덕분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좋은 이웃을 알게 됐고, 북촌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맥주 한 잔 한다는 이들과 함께하지 못함이 무척이나 아쉬울 따름이다.

(며칠 뒤 게스트하우스 주인을 우리 부부를 초대했고, 알바니아와 체코 관광객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맥주 한 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랬다)



2016. 3. 16

며칠전 페이스북에 외국인관광객을 만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헤맨 에피소드를 올린 바 있다. 그리고 그 글을 블로그에도 올렸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댓글을 남겼다. 뜨아~ 어떻게 알고 왔을까 깜짝 놀랐더니 Daum 메인에 블로그 글이 올라간 것이다.


만약 블로그에 에피소드를 올리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 주인이 내 글을 클릭하지 않았더라면...

(정확히는 그의 일본인 여자친구가 글을 확인하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불과 5분거리에 살면서도 서로 몰랐을텐데 

이렇게 디지털로 만나게 됐다. 곧 만나서 커피 한 잔 하기로~



2016. 3. 14

이 버라이어티 했던 오늘의 에피소드는 나의 오지랖과 작은 친절에서 시작됐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차고에서 차를 꺼내던 중에 일어난 일이다. 장모님께는 초콜릿이 좋을까 과일이 좋을까 생각하고 있던 참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중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가려는데 찾지 못하고 있다며 길을 물어왔다. 20대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내민 것은 airbnb에 예약한 숙소 주소였다. 창덕궁4길의 조은주택. 택시기사가 여기라고 내려주었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북촌 주민으로서 어찌 모른체 할 수 있나, 잠시 갈등이 되었지만 그들 옆에 그들만큼이 큰 트렁크를 보고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험난한 화이트데이의 서막인지도 모르고 길치의 우두머리인 나는 용감하게 말했다. "야타!" 


일행은 총 3명이었다. 보지 못했던 트렁크까지 5개를 겨우 구겨 넣고 자신만만하게 웃어보였지만 5분만에 미소는 사라졌다. 분명 헤매고 있었다. T맵에서는 다 왔다고 하는데 찾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는 없다. 아마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에 위치한 듯 한데 주택밀집지역이라 구글맵도 소용이 없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찾아봤지만 길치에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인의 폰넘버를 물어 전화를 걸었는데 전원이 꺼져있다. 어쩔... 


나도 더이상 모르겠다고 털어놓으니 장화 신은 고양이 닮은 눈망울로 나만 쳐다보고 있다. 시간은 가는데 지나가는 주민이나 부동산에도 물어봤지만 소득이 없어 난감해 하자 다른 게스트하우스는 없냐고 물어온다. 

동네에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여럿 있는 편이라 그 중 가까운 곳에 가서 전화를 거니 예약을 안해서 어렵단다. 가격이나 물어보니 1박에 24만원이란다. 헐~ 평일에 그 돈이면 프라자호텔을 가지. 겨우 11만원에 저렴한 한옥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미용실에 파마를 말고 계시다고 1시간 뒤에 온단다. 


다시 이들을 태우고 현대계동사옥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 내려주었다. 1시간 뒤에 주인이 도착해서 주인이 전화한다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겨우 전하고 안심을 시켰다. 물론 그 뒤에도 기다리며 밥을 먹겠다고 해서 갈비탕 집을 갔더니 영업이 끝났다고 하고, 결국 다시 근처 커피숍과 떡볶이가게, 치킨 가게를 소개한 뒤에야 이 험난한 하루가 끝났지만 말이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땡큐를 연발하며 나와 사진을 같이 찍자해서 찍어주었는데 그때 내 폰은 차에 있어 미처 나의 기록으로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시간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긴박함 속에 나눈 대화로는 그들이 중국이 아닌 말레이시아에서 왔고 내일 제주도로 떠난다는 사실 뿐이다.

비록 길은 잘 찾지 못하지만 꽤나 친절했던 한국인으로, 북촌 주민으로 기억해 주길... 혹여나 그들이 SNS에 남긴 기록이 돌고 돌아 내게도 전달되는 행운이 찾아오길...


#1. 집에 와서 주소를 다시 찾아보며 알게 된 사실. daum 지도에서 로드뷰로 보니 바로 알겠다는. 우리 집 앞 다음블럭이었다.

#2. 근데 airbnb는 선결제를 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나의 친절로 인해 그들은 괜한 돈을 쓰게 된 셈인데... 이게 친절 맞나? 근데 한옥도 아닌 빌라를 airbnb에 올린 주인은 예약날 전화도 꺼놓고 매너가 없네.(라고 썼는데 후에 들어보니 그 날 예비군 훈련이라 전원을 꺼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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