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스토리마케팅이 가능한 이유
올해 중국의 온라인 포털 환구망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화웨이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국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당당히 점유율 3위를 차지한 화웨이니 이상할 것 없지만 레노버(5위)를 제외한 샤오미(4위) , 오포(8위), 비보(9위)는 Top 10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것을 보면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중국인 직원에게 화웨이를 중국인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대단한 사람이다. 평소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공항에 내려서도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화제가 됐다"
70세가 넘은 고령의 CEO가 수행원 없이 택시를 타고 직원들과 식당을 이용한다는 검소한 모습은 분명 일반적이진 않다. 우리로 따지면 70세 넘은 이건희 회장이 그런다는 말인데 건강하다 해도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럼에도 런정페이 회장이 IBM을 통해 경영혁신을 추진했다거나 매출액의 약 15%를 R&D에 투자해 매년 가장 많은 특허 신청을 하는 기업 중 하나라는 사실보다는 런정페이 회장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성공했다는데 더욱 매료되어 있다는 인상이었다.
특히,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물론 3~5위의 가전 브랜드를 제치고 2위에 오른 순펑은 의외로 택배회사이다. 물론 평범하지 않다. CCTV 선정 올해의 경제인, 포춘지 선정 중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50대 기업인 등 세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기업 최대의 자산은 직원이다
찾아보니 역시 특별한 성공스토리가 있었다. 24살의 나이로 순펑(S.F) 익스프레스를 설립해 자수성가한 왕웨이 회장은 10억 중국인의 사랑을 받을 만큼 강력한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페덱스의 50억 위안 인수 제안에도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최대 자산은 직원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실 사소한 인터뷰도 하지 않는 은둔의 CEO였다.
그런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스스로 최대 자산이라 강조한 자신의 직원 때문이었다. 순펑의 어린 택배기사가 경미한 접촉사고로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자 왕회장은 폭행한 차주를 직접 고소하고 절대 합의하지 않겠다고 엄포했다. 이는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결국 차주는 사과했지만 처벌을 받았단다. 이 일로 왕회장과 순펑의 브랜드 호감도는 급속도로 상승했고 이번 설문조사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북경에 와서 놀라는 것은 브랜드를 형성하는데 스토리를 통한 이미지 메이킹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흙수저에서 자수성가한 스토리나 인간적인 말이나 행동 등 대부분 CEO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설문에서 3위를 차지한 중국의 대표적인 에어컨 브랜드 '거리'의 둥밍주 총재 역시 남편이 병사한 이후 거리 전기에 사원으로 취업해 총재까지 오른 드라마틱한 성공신화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보다 부러워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것이 진짜든 PI(퍼스널 아이덴티티)를 통해 만들어졌든 중요한 사실은 특별한 스토리가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중국의 소비자들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즉, 스토리마케팅이 중국시장에서 가능한 이유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특성상 언론은 통제되고 SNS 파급력은 무척 빠르다는 것이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률이 60%로 땅덩이가 비슷한 미국(26%)에 비해 월등히 높고 한국(62%)에 맞먹는 수치를 기록했다. 다른 경우지만 몇 년 전 유니클로 탈의실에서 촬영한 섹스비디오로 중국 전역이 떠들썩했을 때 싼리툰에 위치한 유니클로 앞에서 인증샷 찍는 것이 인기였다고 한다. 당시 유니클로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냐는 논란이 있을 만큼 이 사건 하나로 중국에서 유니클로의 인지도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광활한 대륙에서 브랜드를 알리고자 한다면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특별한 스토리와 어떻게 SNS에 확산시킬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