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여자

마흔 살 먹은 여자

by 최미영

밥하고 설거지하고 간식 주고 또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빨래 개고 간식 주고 또또 밥하고 설거지하고 이게 주말 주부의 일상이다. 거부할 수 없는 주말 일상에 주말보다 평일이 좋다고 말하는 여자들이 많다. 아이의 개학은 주부의 방학이고, 아이의 방학은 주부의 개학이 되어버린 마흔 여자의 일상생활. 어쩌다 이렇게 지칠 수밖에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가.

부모의 세대와 달리 20세기를 살아온 우리는 배울 만큼 배웠다. 대학은 기본으로 나왔고, 고등학교를 나왔다 하더라도 취직을 해서 살아온 경력직의 사람이었다. 남자들이 군대 갈 동안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고, 또는 취직해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일꾼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면 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린다는 건 결혼을 한 이후에 알게 된다.

결혼하고 5년 차가 된 이후에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대학에서 배울 만큼 배우고, 일하면서 커리어도 쌓을 만큼 쌓았는데, 왜 일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도태되어 있지?”

“그땐 우리도 잘 나가는 사람들이었는데, 어쩌다 아이 낳고 집에 있으면서 전업주부로 바뀌었을까?”

“워킹맘이라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니더라. 일하랴 집에 오면 아이 돌보랴 더 정신이 없더라고. 그렇게 하느니 그냥 아이를 돌보고 아껴 쓰는 게 낫겠더라.”

“이렇게 살 줄 알았으면 공부하지 말고,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하는 게 더 행복했을까?”

“공부한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야.”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남편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팔자가 결정된다는 옛말인데, 요즘처럼 집에만 있자 하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젊고 어렸을 때 괜찮은 남자 낚아채서 결혼 잘해서 돈 쓰면서 떵떵거리고 사는 게 더 행복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부모님이 힘들게 번 돈으로 공부해서 힘들게 취직하고 돈을 벌었는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집에서 애만 돌보고 있으니 신세한탄이 생길 수밖에. 혹자는 돈을 벌러 나가지 왜 집에 틀어박혔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육아를 선택하고 집에 있는 여자와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선택하는 건 그 여자의 가치관일 테니 뭐나 낫다 뭐가 더 좋다고 판단할 일은 아닌 거 같다. 각자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 할 걸 그랬어.’라고 말할 뿐이지, 인생은 한번뿐이니 그 어떤 선택도 하나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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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우고, 일도 해봤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엄마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아주 잘하고 있다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을 전체가 필요한 일이고 대단한 일인데 그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이다. 자부심을 갖고 살아도 된다고, 주눅 들 필요 없다고 말이다.

물론 워킹맘도 대단하고 멋지다는 칭찬과 함께 응원한다. “당신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이다!” 회사 일도 힘들 텐데, 집에 와서 아이도 돌보고 집안일까지 해내는 당신은 바로 “슈퍼우먼이라고”. 최고의 엄마이자 최고의 직장인인 당신은 앞으로 더 빛날 거라고 말이다.

일전에 김미경 강사의 강연을 들르러 간 적이 있다.(이것도 아이들이 7세, 5세가 되어 유치원에 가게 된 이후의 이야기였음을 밝힌다.) 그때 들었던 얘기 중에 ‘우린 10년 뒤, 50살 이후에 활짝 꽃 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전에 씨앗에 물도 주고, 양분도 주고, 미리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라고 말이다. 씨앗이 하루아침에 새싹을 틔우는 것 같아도 그게 아니다. 싹을 틔우기 위해 물도 필요하고, 햇빛도 필요하고, 양분도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의 힘, 씨앗이 발아해서 땅을 뚫고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의 힘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뭔가 대단한 것이 되려고 하지 말고, 우리의 10년 뒤를 생각하면서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내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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