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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 새벽별 May 14. 2022

나는 매일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새로운 세계에 발 들이기



마흔을 앞두고도 나는 매일 자라고 있는 중이다.

철이 든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그야말로 아이들처럼 자라고 있는 중이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늘 생각지도 못한 타인들의 사고와 전혀 몰랐던 지식들과 한 번도 같은 적 없었던 어렵고 난처한 상황들과 파고 파도 새로이 나오는 숱한 감정들 같은 것들을 매일 접한다.


아마 나는 자라다가 죽으리라. 결국에는 다 자라지 못한 채로 죽음을 맞이 할 것 같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멈추지 않고 조금씩 자랐으니까. 

여기 자란다는 의미는 성공이나 목표를 향한 성장의 뜻이 아니다. 그저 새로운 세계를 맞닥뜨리고 새롭게 경험해 나간다는 뜻이다.


최근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

아주 어릴 적 나는 동네 미술학원에 보내졌다. 저렴했고, 동네애들은 거의 다 가는 분위기였고, 나의 그림 실력은 형편없었으니까, 나에게 딱 맞춤형이라고 엄마가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학원에 다닌 지 일주일 만에 미술학원을 그만 다니고 싶다고 얘기했다. 평소 엄마 말에 순종적이었던 딸이 그렇게 강하게 말한 탓인지 엄마는 나의 의견을 수렴해주셨다. 내가 미술학원을 다니기 싫었던 이유는 그림이 그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위에는 해를 그려야 했고, 밑에는 큰 나무를 그리고 색은 고동색으로 칠해야 했다. 7살의 어린 나이에도 생각했다. '여긴 어디? 나는 사람인가, 기계인가.


아무튼 워낙 미적 감각도 재능도 없는 데다가 '나는 그림은 못 그린다. 나는 미술에 관심 없다.'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져서 지금까지도 미술은 나와 제일 멀리 있는 세계 중 하나였다.

그랬던 내가 이번 달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을 배우러 간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아마 고등학교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놀라 자빠질 일이다. 그 시절 나는 미술시간을 끔찍하게 싫어했으니까. 그리고 수행평가 때문에 마지못해 그린 그림을 보고 친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었으니까.


여전히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한다. 그냥 재미있다.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보는 것이 이제 덜 두렵고, 조금 흥분되기까지 한다.

첫 그림을 그리고 온 날, 보고 또 보았다. 내가 낳은 자식처럼 내 손에서 만들어진 색감들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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