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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 새벽별 Dec 18. 2021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비건은 아니지만, 육식은 하지 않습니다


나는 고기를 즐겨 먹는다. 그중에서도 치킨 마니아이다. 치킨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릴 적에는 치킨집 사장과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 나에게 비건이란 명사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친한 언니가 자연 식물식이란 것을 시작한 후, 효과를 몸소 느낀 뒤 나에게 자연 식물식을 추천했다. 원래 동안이었던 언니의 얼굴은 더 어려 보였고, 피부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살이 빠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눈앞에 간증의 실체가 있었지만 나는 식물식이라는 것을 실천할 자신이 없었다.(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자연식물식을 실천해야 하는 근거를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치킨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삶의 몇 가지 기쁨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맛있는 고기를 마다할 이유가 더욱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주는 책을 만났다.

'아... 이 책을 만나지 말았어야 되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몰랐어야 했다. 몰랐어야 살던 대로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이상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우리에게 동물은 물과 공기 같은 존재인 것이다. 없이 살 순 없지만, 너무 당연해서 생각도 안 해보게 되는. 그런데 물, 공기와는 달리 동물에겐 의식이 있다. 감정도 있다. 그래서 우린 물과 공기를 괴롭힐 순 없지만, 동물에겐 고통을 줄 수 있다.     
- 『아무튼, 비건』 중에서 -
극심하게 고통받다가 처참하게 죽은 생명의 몸뚱이를 매일 입에 넣는 것.
그게 영혼을 건강하게 해 줄리 만무하다.
- 『아무튼, 비건』 중에서 -



작가는 나를 뒤흔들 수 있는 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건강에 좋고, 외형적으로 보기 좋은 것은 나를 유혹시킬 만한 조건들이 아니었다. 작가는 비건이 되어야 하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타자화의 대척점에 연결이 있다.
 -『아무튼, 비건』 중에서 -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아무튼, 비건』 중에서 -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있다.

세계가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지는 코로나의 창궐로 인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바이다.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한쪽이라도 균형이 깨어지면 모두가 삶의 위협을 받게 된다.



지금도 누군가 ’ 내 새끼‘라는 말을 쓸 때마다 이 일화를 떠올린다. 우리 사회가 ’ 남의 새끼‘도 귀하게 대했다면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상상하면서.
- 『아무튼, 비건』 중에서 -
현대 한국인은 이해관계지향적이라고. 잘해줘 봤자 즉각적인 이득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남은 무성의하게 대해도 되는 분위기이다. 과거에 우리가 얼마나 인심이 좋았던 이것이 현재 우리의 자화상이며, 우리 사회가 이민자, 난민, 성소수자 등 소수자나 약자를 바라보는 평균적인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 『아무튼, 비건』 중에서 -



인간의 이기로 인하여 이미 균형은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자연이 파괴되어 가고 있는 것,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는 것, 빈곤이 늘어가고 있는 것.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우리 각자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채식주의자가 많아지면 그에 따른 나비효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분야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

다만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책이 잠자던 나를 깨웠고, 흔들었고, 시작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19세기의 러시아 소설가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도살장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면, 모든 사람들은 채식주의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을 쓴 후, 만 3개월이 지났다.

난 비건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육식을 하지 않는다. 거창한 철학이나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책 한 권이 쏘아 올린 공에 내 머리가 쿵! 하고 맞았을 뿐이다.

동물들이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는 순간의 형상. 그렇게 죽어간 고기가 내 영혼을 건강하게 해 줄 리 만무하다는 생각. 공기처럼 당연한 듯 느껴지는 동물들의 존재가 내 삶과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 내가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어떻게든 세상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자각.

굳이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고기를 먹고 싶다는 욕구조차 없어졌다.


그렇게 나는 비건은 아니지만 식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동물권'의 관한 책 추천!

-아이들과 읽기 좋은 책: 『돼지 이야기』,  『네모 돼지』,『닭답게 살 권리 소송 사건』

-『동물복지의 시대가 열렸다』, 『동물권』, 『고기로 태어나서』, 『동물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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