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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01. 2021

-가제-그날01

그들이 움직였다.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있었고 군데군데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평온하게 출근길에 올랐고 회사에 다다른 나는 회사 앞 잔디밭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회사 건물은 3층으로 넓게 지어져 있다.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아주 오래전 방식으로 만들어진 벽돌이었다. 하나하나 반죽을 하고 발로 꾹꾹 눌러 틀에 담은, 1층을 지나면 완만한 곡선의 복도를 지나 중앙에 마련된 정원을 만나게 된다. 둥글게 펼쳐져있는 중앙 계단을 오르면 각 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양쪽으로 비상계단이 마련되어있다. 엘리베이터 옆쪽으로는 손님을 맞이하거나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커피숍이 마련되어있고 그 옆으로는 직원들의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다.


"웅웅웅 위잉!"


잔디밭에 다다른 순간 내 뒤쪽 하늘에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길을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았고 건물을 지나 마치 드론 같은 비행물체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벌집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소리가 하늘을 뒤덮었다.


그들은 서로 장난을 치듯 부딪치기도 했고 새 처럼 날갯짓을 하는 것도 있었다. 다른 비행물체는 서로 경쟁하듯 레이싱을 하다 부딪쳤고 내 발 몇 미터 앞에 떨어지기도 했다. 떨어졌던 비행물체는 이윽고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들만의 경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놀라 건물 안으로 급하게 몸을 옮겼고 몇몇을 휴대폰으로 자신들이 보고 있는 상황을 담기도 했다.


무슨 상황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늘을 뒤덮은 수백 대의 드론들 (드론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부에 조정하는 이 가 있는 것 같았으니까.)은 이윽고 건너편에 있던 강 위에 살짝 안착하더니 흐르던 강물을 모조리 빨아드렸고 이내 사람들에게 발사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쏜 물에 맞은 사람들은 흐물 흐물하게 변해갔고 이윽고 물처럼 녹아있었다. 아니, 그냥 물로 변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물을 쏘고 지나가면 다른 뚱뚱한 물차처럼 생긴 비행 물체가 다가왔고 그 변해버린 물을 빨아들였다.


이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무조건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고 많은 사람들을 대피시키려 했다. 정신없이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이곳으로 빨리 들어오세요! 어서요!!"


내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혼비백산한 얼굴로 들어왔고 아이를 안은 엄마도 뒤늦게 뛰어오고 있었지만 발걸음이 빠르지는 않았다.


그때,


드론 하나가 아이 엄마 뒤를 쫓기 시작했고 야구공만 한 물방울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아이 엄마는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꼬리에 붙은 드론을 떨쳐내기 쉽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입구에 다 다른 순간 드론에서 물방울을 쏘았고 아이 엄마는 몸을 내 던지며 아이를 내게 받으라는 듯 손을 길게 뻗었다.


"아이를 부탁해요!"


아이가 나에게 전해지는 순간 엄마는 땅에 엎어지는 순간 쏘아졌던 물방울이 그녀의 발에 맞았다.

그녀는 엎어진 채로 뒤돌았고 서서히 변해가는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며 울부짖으며 나에게 소리쳤다.


"흐아아악! 아기를, 아기를 부탁해요!"


그렇게 그녀는 다리를 지나 몸까지 투명하게 변해갔고 마지막으로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고 있는 손과 머리카락까지 물로 변해버렸다.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아이를 건네받은 나는 급히 문을 닫고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도록 건물 내부에 있는 물건들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보안장치로 인해 자동으로 잠기는 시스템이었지만 어떻게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아 이놈의 건물에는 왜 아무것도 없는 거야!"



그랬다. 입구로 사용하는 복도로 된 1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옆에 있던 여성분에게 아이를 건네고는 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커피숍으로 내달렸다.



"문을 막아야 해요! 뭐라도 가져옵시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소리쳤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도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으리라. 평화롭던 아침 출근 시간이 한순간에 지옥이 되어버렸으니까.


카페에서 눈에 보이는 대로 탁자와 의자를 날랐다. 문을 열지 못하도록 손잡이 부근에 의자를 받혔고 밀리지 않도록 테이블들을 쌓아놨다. 다들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세면대에 물을 틀어 얼굴을 씻어냈다. 잔디밭을 뒹굴었던지 얼굴과 머리에 흙과 잔디가 잔뜩 묻어있었다. 잠시 얼굴을 닦아내고 팔을 뻗어 세면대에 몸을 기댔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하늘에서 이상한 것들이 날아들어왔어, 외계인인가? 그건 영화에서나 존재하던 거 아니야?'



꼭 그랬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상황. 하늘을 신기하게 날아다니는 기계들. 마치 새인 양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던 것도 있었꼬 분명 날개는 없었는데 하늘에 떠 있는 것도 있었다. 붕붕 거리는, 벌들의 소리 같은 시끄러운 소리도 났었고 강물을 모조리 빨아들이기도 했다. 그 물을 사람들이 맞으면 액체로 변해버렸고 또 다른 그들은 그 액체를 빨아들였다.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삐~삐익!"


긴급 안내 문자 소리였다.


[정부: 긴급 안내 대피명령, 실제상황]


잠시 휴대폰을 본 나는 다 읽어보지도 않고 화면을 껐다. 보나 마나 뻔한 이야기일 거다. 알 수 없는 비행물체로 인한 공격을 받고 있으니 대피하라고 할 테니. 갑자기 집에 있던 아내가 생각났다.



"뚜, 뚜, 지금 통화량 폭증으로 인해 연결이 되지 않고 있사오니, 잠시 후 다시 이용.."



그랬다. 지금 상황에 휴대전화가 연결될 리 없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부터 확인을 해야겠다.

카페로 달려간 나는 얼른 TV를 켰다. 뉴스에는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모든 지역의 하늘에는 괴 생물체라고 해야 할까요? 날아다니는 드론 같은 것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고 물대포를 맞은 사람들은 모두 액체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속보를 보고 있으신 모든 국민들께서는 속히 건물 내부나 방공호로 대피해주시기 바라며 계속되는 속보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전국이 아수라장인 것 같았다. 한시라도 빨리 아내에게 가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을 피해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쨍!"

"아악!"



무언가 강하게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 뒷문!"



이 건물의 구조는 지상에서는 1층 입구만 존재하고 지하를 통해 뒷문으로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었다. 하지만 상시 보안으로 카드키가 없으면 열 수 없는 지하 뒷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대피하자.'



카페에서 뉴스를 보던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옆 계단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사람들도 따라왔다. 중앙 정원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벗어나려 이리저리 도망 다녔고 그 드론을 타고 온 괴 생명체는 그들을 사냥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일부 사람들을 대피시키며 계단 문을 잡고 있던 나는 그들의 정체를 알아야만 했고 휴대전화를 열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아! 아직 부족한데!"


10초 남짓 찍고 있던 나와 그 괴 생명체의 눈이 마주쳤다. 그놈은 순간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놈이 나에게 다다르기 직전 문을 닫아걸어 잠갔다. 문을 부수려는 듯 꽤나 강한 힘으로 철문을 두드렸고 밖에서도 보았던 물을 계속 쏘아댔지만 철문을 뚫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두드리던 놈은 조용해지더니 사라졌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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