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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01. 2021

-가제- 그날 02

살아남아야 한다. 소중한것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윗층으로 올라온 우리는 사무실에 있는 대부분의 집기류를 끌고와 각 문을 모두 닫았고 막아두었다. 계단과 각 사무실 문까지 혹시 몰라 모두 잠그었고 대 회의실에 모여있었다. 10여명 남짓, 정신없던 하루의 시작은 정막감 속에 시간이 지나갔고 벌써 12시를 넘긴 시간 이었다.


"흑흑. 우리 모두 죽는거에요? 도대체 저것들 뭐에요?"


아이를 맡겼던 여성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혼자 흐느끼던 젊은 여성이 물어왔다. 하지만 우린 모두 그놈들의 정체를 알수 없었다. 모두 처음 보았고 처음 경험했던 일이니까.



"아까 도망칠때 내가 찍어본거에요."



조금 전 1층에서 그놈들로부터 도망칠 때 휴대폰으로 찍어두었던 영상을 보여줬다.




"꾸루룩 꾹꾹"

"퓻"

"으아악! 살려줘요!"



그놈들이 쏘는 물을 맞고는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액체를 모으는 놈들 그리고 정신없이 도망다니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맞서다 변해버리는 사람들의 영상이 담겨있었다. 영상 마지막에는 그놈과 눈이 마주치고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담겨있었고 철문이 닫히며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났다.


영상 속 그들이 모습은 결코 무섭게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귀여운 모습이었다. 마치 캐릭터 인형처럼 말이다. 털이 복실복실하게 나 있었고 키는 150cm정도, 몸집은 통통해 오히려 귀여움을 발산하고 있었지만 행동은 무자비했다.


물을 발사하는 총도, 총 이라 해야하나, 손목에서 시작되 팔꿈치까지 원통형의 모양으로 생긴 물체를 팔에 걸고 있었고 발사 장치는 손에 쥐고 있었다. 재질은 빛에 반짝거리는것으로 보아 쇠나 철 성분의 어떤것인것 같았다.


그놈들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몇번이고 돌려보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띠리리~ 띠리링~"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당신이야? 당신 지금 어디야? 괜찮아? 다친데는 없어? 전화가 도저히 연결이 안되어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여보, 이것들 뭐야? 무서워 죽겠어, 지금 집 안에 숨어있는데 아까 마트 잠깐 가려고 나서다가 너무 놀래서 그 길로 뒤돌아 뛰었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지금 티비도 안나와."


"나도 정확한 사정은 몰라. 지금 아는건 그놈들과는 절대 마주치면 안되는거야. 절대 밖에 나가지 말고 수도나 전기 같은거 끊어질지 모르니까 욕조에 물 가득 받아놔. 그리고 모든 커튼 다 치고 창문 다 잠그고있어 불도 왠만해선 키지 말고 전화기 모두 충전해 놓고 보조배터리도 있는대로 다 꺼내놔. 장모님, 장인어른은? 연락 안되지??"


"응,, 알았..아읏어. 자..언제... 무서....뚜뚜뚜"



잘 들리지 않더니 이내 전화는 끊어졌다. 어찌하다 잠시 연결된 모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곳에 계속 있을수는 없었다. 아내를 구하러 가야만 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회의실에 있는 티비를 켜 뉴스채널로 돌렸다. 모든 채널이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이 끊어진것 같았다. 벽에 설치된 안테나 플러그와 연결을 해야했다. 요즘엔 모든 TV가 인터넷선과 광케이블 그리고 HDMI로 연결되지 않는가?


난 옆에 연결되어있던 전선 하나를 빼고 서랍을 뒤져 칼 하나를 찾아 전선을 뜯었다. 어짜피 안테나 선도 구리로 이루어져 있으니 연결만 하면 옥상에 설치되어있는 안테나로 속보를 볼수 있을것이다.


"지직. 지직.."


TV의 안테나 홀에 피복을 벗겨 구리선만 꺼내 연결했다. 그리고 벽에 부착된 안테나 플러그에 꽂아 연결을 했지만 잘 나오지는 않았다.


"조금만 더"


아무래도 접촉불량으로 보여 TV쪽 연결부위를 계속 만져보았다.



"서울에 계신 모든 분들은 빨리 - 지직 -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직-"


TV가 연결되었다. 뉴스로 보는 서울의 모습은 처참했다. 아침 출근 시간이었으니 8시 50분이 다 되었던 시간 이었고 4시간 정도가 지난 지금 서울은 예전 모습이 아예 사라졌다.


한강 넘어로 보이는 스카이라인은 무너진지 오래고 다리들도 모두 끊겨있었다. 높은 건물들은 모두 무너진 상태인것 같았다. 한강 철교를 달리던 전철은 끊어지는 다리와 함께 한강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놈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향해 공격을 진행했다.


"쿠아아앙!"

"타탓 타타탓 타타타!"


전투기 여러개가 지나가는 소리가 쾅 하고 들렸고 총소리도 계속 들렸다. 군에서도 출동했지만 이들을 막기엔 역부족인것 같았다.


이들은 누구일까? 분명 내가 찍은 영상 속에 보이는 놈들은 털복숭이 동물같이 보였는데 말이다. 눈은 커다랗고 두발로 서서 걸어다녔다. 팔 다리는 짧았지만 움직이는 속도는 꽤나 빨랐던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들이 쏘는 물폭탄이었다. 빨리 방법을 찾아 난 아내에게 가야만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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