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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02. 2021

-가제- 그날 03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것은.

- 2편에서 이음-


이렇게 있어서는 안될것 같았다. 군인들이 밖의 상황을 정리하고는 있다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했다.



아내가 있는 우리 집은 회사에서 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차를 이용할수 없을것 같으니 뛰어서 가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그들이 쏘아대는 물폭탄, 밖으로 들어나는 신체를 보호할수 있는 것들을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신발은 코어텍스 재질의 발목까지 올라오니 괜찮을것 같았고 손은 고무장갑을 이용하면 되겠다 싶었다. 사무실 근처 탕비실로 가야했지만 지금 있는 이 회의실에서 가려면 복도를 지나 10미터 정도만 가야 한다. 길목에서 그놈들을 마주칠지 모르니 방어할 수 있는 도구가 먼저 필요했다.


"저, 아저씨 공구좀 빌립시다!"


같이 피해온 남자 중 한명이 허리춤에 공사할때 사용하는 허리띠를 매고 있었고 몇개의 공구를 빌렸다.



"드라이버와 커터칼, 이 두개는 구했고. 물폭탄이 문제인데.."

"어떻게 하시려구요. 밖에 나가시면 그놈들에게 당할지도 몰라요! 군인들이 다 처리 해 줄거에요. 같이있어요 네??"


내가 밖으로 나가려는것을 알아챘는지 사람들은 같이 있자며 말렸지만 내 마음은 변함 없었다.


"가까운곳에 내 아내가 있어요. 혼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잖아요. 빨리 돌아올게요. 여기서 5분밖에 안걸려요."

"죽으려면 혼자 죽어요! 괜히 엄한 사람들 다 죽게 만들지 말고!"

"아내가 밖에 있다잖아요! 저분 덕분에 우리 모두 이렇게 살아있는거잖아요. 젊은 양반 여긴 남아있는 우리들이 잘 지키고 있을테니 조심히 다녀와요."


머리가 히끗히끗한 중년 남자분이 나에게 이야기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드라이버로 책상 윗판을 뜯어내었다.



"팍!"


그냥 들고다니기에는 너무 큰 판이라 벽에 기대고는 반으로 부러트렸다. 공구를 빌려주신 분이 가지고 있던 전기테이프를 둘둘 말아 팔에 고정시키고 회의실 마이크 봉을 빼내어 손에 들었다.




"제가 나가면 이 문은 꼭 닫아주세요. 돌아오면 신호 드리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시구려. 이곳은 저희가 잘 지키면 될것 같소. 아내분과 살아서 돌아와요."

"아저씨! 오실때 마실거라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기 먹을게 너무 없어서요."



나는 미소를 머금고 회의실 입구 창문을 통해 복도를 훑어보았다. 2층까지 올라오지는 못했는지 전등만 깜빡거릴 뿐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나 이상 징후는 없어보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중년 남성과 마중나온 여러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한 뒤 문을 살짝 열어 몸만 빠져나왔다.



탕비실은 회의실을 나와 복도의 좌측으로 이동해 10미터 정도 앞으로 가야만 한다. 입구는 오른쪽에 있는데 자동 잠금장치가 되어있으니 목에 걸려있던 사원증을 사용하면 된다. 움직일때는 조심조심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발걸음을 내딛었고, 이럴때는 군대에서 배운 내용이 도움이 되는군,  내 숨소리와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려왔다.


전력 부족으로 전등이 살짝 살짝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탕비실 입구에 다다르니 자판기의 냉장팬 돌아가는 소리만 위잉 하고 났다.


보안 해제 키에 사원증을 데려는 순간,



"꾸룩 꾸꾸룩!"

"우당탕탕!"

"쿵쾅!쿵쾅!"

"퓻퓻"


1층에서 우리를 공격했던 그놈이었다. 어찌 들어왔지? 모든 문은 다 닫았고 열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는데? 긴장한터라 주머니에 넣어놨던 사원증이 빠지지 않았다. 나는 팔에 묶어 두었던 나무판을 들어 몸을 보호한 채로 사원증으로 문을 열기 위해 태그했다.



"띠, 뚜뚜뚜"

"전력이 불안정하여 잠금 해제가 되지 않습니다."

"띠, 뚜뚜뚜"

"전력이 불안정하여..."



'이런, 전력이 부족하다니! 겨우 잠금 장치 하나 여는데 무슨 전력이 그리 많이 필요해!'



나는 혼자말로 소리치며 계속해서 태그를 했고 깜빡이던 전등의 불이 들어오는 순간 잠금장치가 해지되었다.


"띠, 띠리리"

"출입문, 열렸습니다."

"꾸꾸룩!!"


나를 뒤 쫒아오던 그놈은 물폭탄을 계속해서 발사했고 나는 팔에 묶어놓았던 합판으로 막아가며 열린 문으로 몸을 통과시켜 잼싸게 문을 닫아버렸다.



"쾅!"


뒤쫒아오던 그놈은 내가 들어가버린 문을 세게 걷어찼고 철문은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음에 나는 안도했다.



"헉, 허억."



벽에 기대어 몸을 피했던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놈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몇번이나 문을 걷어차던 그놈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그놈들은 1층에 있었지 2층으로 올라오지는 못했다. 어떻게 올라온것이지?



일단은 보호장구가 먼저였다.



탕비실을 뒤져 고무장갑을 찾았고 비상시에 사용할수 있도록 비치해둔 방독면을 뒤집어 썼다. 상의는 점퍼를 입고 있었으니 괜찮을것 같았지만 입고있던 청바지는 스며들면 끝장이었다.



"아 왜 탕비실에 비닐 하나가 없어!"



물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감싸면 될것 같았지만 그날따라 탕비실에 쓰레기 봉투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총무팀을 원망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손 세척용 비누가 눈에 들어왔다.


비누를 덥석 집은 나는 물 없이 청바지에 문대어주면 양초와 같은 효과를 내지 않을까? 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며 바지 이곳 저곳을 문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인지.. 저놈들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거야."



바지에 온통 마른 비누칠을 한 나는 방독면의 어깨 덮개를 끌어내려 목을 보호했다. 이제 아내에게 가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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