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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02. 2021

-가제- 그날 04

세상이 무너진 날.

-3편에 이어-



나는 조심스럽게 탕비실 문을 열었다. 그놈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노릇이라 정말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여야만 했다.



내가 있는곳은 2층,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1층 보다는 지하 1층과 연결된 뒷문이 더 편할것 같았다. 이놈들이 들어온 곳이지만 정문보다는 뒷문이 나을것 같고 보통은 자신들이 안전하다 생각하는 곳의 경계는 약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군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총 소리와 전투기 소리가 자주 들렸던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조용하다. 숨 소리만 들리는 이곳, 지금의 나는 방독면을 통과하며 나는 숨 소리만 들릴 뿐 뛰는 맥박소리마저 들릴것 같이 정막에 휩싸여있다.


계단을 이용하는것 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열고 가는것이 좋을것 같다. 위험하긴 매 한가지였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엘리베이터가 가장 빠를테니까.


문제는 전원이 끊겨있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여는방법이다. 엘리베이터용 특수 열쇄가 아니면 도저히 열수 없다. 현재 나는 장비도 없잖아?



"젠장."



지금 열쇄를 찾을 시간이 없었다. 팔에 감았던 나무 판을 잠시 떼어놓고 강제로 열기 시작했다. 끊어진 전원에 열리길 바라며,



"끄으으윽!!으으윽!!"



온 힘을 다해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옆에 기대어 놓았던 쇠 봉을 문 사이에 꼈다. 살짝 열린 문 틈에 발을 넣고 다른 문 한쪽을 양손으로 잡은채로 계속 힘을 주었다.



"열려라. 열려라! 으으윽!"



크게 소리는 치지도 못한 채로 온 힘을 주었고 서서히 문이 열려갔다.



"쿠쿵!"



천지 개벽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건물이 큰 충격을 받아 흔들렸고 나는 엘리베이터 홀 안쪽으로 떨어졌다. 내가 떨어진 엘리베이터 홀의 문은 자동으로 닫혔고 다행인지 지하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 내부 위에 떨어졌다.



"으윽. 이건 또 뭐야. 폭탄이 터졌나?



미사일이나 폭탄이었으면 건물의 반이 날라갔을테고 내부는 화염에 휩쓸렸을것이다. 하지만 단지 큰 소리가 났고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 엘리베이터 천정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아래에 그놈들 중 한마리가 있을지 모르니까.




"딸깍, 끼이이익"


"지직, 딱!딱!"




엘리베이터도 충격을 받았는지 천정에 달려있던 전구들이 떨어져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끊어진 전선들은 전기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좁은 천정 점검구 사이로 몸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고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바닥으로 내려왔다.

전기가 흐르는걸 보니 전기가 끊긴게 아니라 안전장치가 발동하여 운행이 정지되었던 모양이다.



살금살금 문쪽으로 다가간 나는 조그마한 창을 통해 밖의 상황을 체크했다.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야 하니까. 그런데 문제는 방패로 사용하던 나무판을 2층에 두고 왔다는것이다.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온 몸에 무장을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문을 열기 위해 양쪽 문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때였다.



"꾸꾸룩! 꾸우우욱!"

"쾅! 쾅!"


그놈이 다시 나타났다. 놀란 나는 문을 두드리는 충격에 뒤쪽으로 나가 떨어졌고 도망칠 곳은 없었다.



"쾅!! 쾅쾅!!"

"꾸우우우우욱!"


"탕!"



문이 거의 부풀어 오르고 부숴질때 쯤 갑자기 어디선가 커다란 단발 총 소리가 들려왔다.




"꾸웅엑"

"쿠웅"



나를 못 잡아 난리였던 그 놈은 그렇게 내 앞으로 쓰러졌다. 문쪽에 기대어 죽어있는 그놈에게 떨리는 손을 뻗어 만지려던 순간 뒤쪽으로 획 하니 제쳐졌고 뒤쪽으로 나가 떨어졌다.


"괜찮아요? 안심하세요. 당신을 구하러 온것이니까."


군인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 문 틈사이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놀란 가슴에 멍하니 바라보는 나에게 뒤쪽으로 가라는 손짓을 했고 난 몸을 뒤쪽으로 최대한 붙였다.



"이제 뜯어낼 테니 얼굴 꼭 가리고 있어요."



팔꿈치에 얼굴을 파 묻고있는 나를 확인하고 그 군인은 문에 갈고리 같은것을 걸고 어디론가 손짓을 했다.



"팡!"


손으로는 절대 움직이지 않을것 같았던 철문이 팡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이윽고 난 그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다.


쓰고있던 방독면을 벗고 군인이 건네준 물 한모금을 마신 나는 이내 정신이 들었고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난 해야할 일이 있었으니까.



"워워워, 어디를 가려고 해요. 지금 밖은 너무 위험해요. 우리도 간신히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요. 지금 상당히 지쳐보여요. 그렇게 무방비로 나갔다가는 바로 무슨 일 당해요."


난그럴수가 없었다.


"아녜요. 집에 혼자있는 아내가 있어요. 아직 나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더 할거에요.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에요. 아까도 잠시 전화 연결 되었다가 끊겨버렸어요. 난 지금 바로 가야해요."


"아내분이 있는곳이 어디인데요?"

"여기서 가까워요. 5분밖에 안되는 거리에요."

"걸어서요?"

"아뇨. 차로요."


"차로 5분정도면 최소 1키로는 된다는 이야기인데 평상시도 아니고 어떻게 간다는거에요. 당신, 무기도 없고 방독면과 고무장갑? 장난해요?"


"알아요. 회사에 출근 하다가 갑작스럽게 맞이한 상황이에요. 어쩔수 있었겠어요? 아무튼 난 가야해요."


몸을 일으키는 나에게 군인들은 필사적으로 막아섰고 대장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말했다.


"박 상사, 이분과 같이 갔다 와. 얼마 멀지 않은것 같으니까 부탁할게."

"네 대위님. 가시죠."

"그래도 모르니 이거 하나는 들고 가세요."


대위라는 사람이 나에게 삼단봉 하나를 들려주었다. 권총이나 하나 주는 줄 알았는데, 나도 군대 다녀왔단 말이다, 어쩔수 없지. 난 민간인이니까.


앞서가는 박 상사를 뒤쫒아 나는 드디어 건물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 다음번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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