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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P Aug 05. 2020

깊은 슬픔도 시간이 해결해줄까요?

무뎌진다는 것은  마음 한 켠에 묻어두는 것

코로나 19로 가능한 외출을 자제하느라 멈춰 선 거 같았던 두어 달이 지날 무렵 나는 오래간만에 회사를 마치고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다. 그리고  식사 달만에 들 서점에서 뜬 마음으로 이것저것 둘러보다 한 코너에서 파는 엽서에 적힌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무뎌진다"는 문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문득 머릿속 안에서 시간이 흘러 슬픔이 무뎌지고 깊숙이 가라앉는 다고 해서 슬픔이 잊힐까? 하는 각이 들었다. 서른 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아왔지만 친한 친구도 연인도 직장도 오랫동안 유지한 나에게는 이별은 여전히 낯선 일이었고 마음속 깊은 슬픔 또한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인생을 돌아보아도 내가 겪었던 스트레스나 슬픔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잊힐만한 평범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이런 질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3년 전 초여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오랜 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때문인 것 같. 아직도 생생한 목요일 저녁, 나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웃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 너머로 친구의 비보를 접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어찌할 도리도 없이 기력하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가 가장 오래 알고 지냈고 좋아했던 친구를 갑자기 떠나보내야 했다. 만남이 있다면 이별이 있을 것을 알았고 우정도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만 나이였지만 나는 당연하게 그런 이별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날 정도는 지나야 찾아 올 막연한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농담으로 같이 환갑여행 갈 때쯤엔 자연풍경이 좋아질 테니 장가계는 아껴두자며 함께 웃던 우리가 서른 중반도 함께 맞이하지 못한 채 이별하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책으로 읽었던 문장들의 의미를 글자가 아닌 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가령 피가 마른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 속에서 뜨거운 것이 타는 것 같다던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던지 혹은  갑자기 슬픔을 주체할 수 없어 집에 가는 길에 사연이라도 있는 것처럼 펑펑 울며 길거리를 걸어 다닌다던지.. 나는 3년 전 그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채로 그 시간을 그저 버텨냈던 것 같다. 그리고 길다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친구의 부재는 마음 한 켠에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으로 나에게 남아있다.




물론 오늘 내가 스친 그 글귀처럼 그녀의 부재가 익숙해지기도 무뎌지기도 했지만 지금도 불쑥불쑥 그가 떠오르고 비슷한 체형의 사람을 보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또한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과 죄책감은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이렇듯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예기치 않았던 이별이나 슬픔, 사고를 주치게 되더라도 그것을 묵묵히 지나 앞으로 향하는 여정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남은 여정이 평탄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때로는 인생의 여정이 무겁고 기나긴 장맛비를 맞는 순간만 계속될 것 같아 버거울 도 있겠지만 비는 언젠가 그칠 것이고 그러고 나면 흙탕물것 같던 강 줄기의 흙은 바닥으로 가라앉 물은 맑아질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자의든 타의든 맞이하는 이별은 슬프겠지만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길 바란다. 그리고 오늘의 안녕을 위해 지금 충실하고 조금 더 나을 일을 기대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가끔 비가 오는 날엔 그 상처, 슬픔들이 다시 떠올라 나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지라도 날씨 좋은 어느 멋진 하루를 기대하며 버텨내기를..  나에게도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들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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