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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P Aug 25. 2020

그리운 이가 있다는 것

이별 후에 남은 것들


"지금 그리운 사람이 있나요?"


30대가 되어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작한 일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3년 전 초여름 갑작스레 가장 친한 친구를 떠나보냐야했다. 16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했기에 일부러 떠올리지 않아도 추억을 떠올리면 언제나 그 자리에 친구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그런 기억을 떠올린다고 해서 3년 전처럼 눈물을 펑펑 쏟지는 않지만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웠던 기억을 신나게 말하거나 떠올리다 그것이 모두 '과거'라는 것에 슬퍼지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것은 아직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가끔 사람들이 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라는 질문에 3년 전 과거로 돌아가 내 친구가 그 사고를 겪지 않도록 그날 집 밖을 못 나가게 했다면 우리는 지금도 함께였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를 돌리는 것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을 어떻게 짊어지고 가야 할지에 더 관심을 두어야 다.




의 사고였음에도 3년 전 나는 답도 없는 질문을 수없이 내 자신에게 되뇌었고 마지막으로 친구와 만났을 때의 순간으로 돌아가 커피 한잔이라도 더하고 보냈으면 덜 아쉬웠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나는 시간여행자가 아니기에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던 것은 우리가 함께한 마지막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하는 나와의 마지막 순간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순간이 정말 행복한 기억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는 것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때 막 결혼했던 친구의 제안으로 남기게 된 우정여행 스냅사진은 우리가 함께일때의 빛나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물론 그 사진들을 꺼내 볼 때면 행복한 우리의 미소가 지금의 마음과 겹쳐 슬픈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지만 말이다.




올해 여외할머니를 떠나보내면서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할머니는 충분히 오랜 시간을 내 곁에 있어주셨음에도 아직도 할머니를 떠나보낸 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기도 하고 즐거웠던 추억이 슬프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뵈었을 때 꼭 잡아주셨던 손의 체온처럼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여전히 슬프고 어려운 일이지만 이별이 어렵다고 해서 로운 '시작'을 두려워하거나 '지금'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워할 이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마음을 함께 나눈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이며 좋은 추억이 마음속에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리워할 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지금  옆에 있는 소중한 이들과 오늘을 충실히 보내기를 바란다. 그렇게 보낸 오늘이 언젠가는 그리워할 어제가 되어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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