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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P Aug 30. 2020

싱가포르로 떠나는 하루 호캉스 여행

카펠라 싱가포르 (Capella Singapore) 2019


하루라도 알림이 울리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나를 포함해 세명이 있는 대학 친구 단톡 방이 있다. 그중 한 명은 싱가포르에서 몇 년째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싱가포르를 한 번이면 모를까 세 번 넘게 다녀온 것은 내 친구가 그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평소 꽤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친구를 보러 가긴 했어도 한 번이라도 같이 일하는 싱가포르 지사의 직원들과 먹을 생각을 안 했는데 이번 코로나를 지나며 skype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과 다음에 코로나가 지나고 가게 된다면 한국 과자라도 사들고 점심 한 끼 정도 하며 인사라도 나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가 내게 준 교훈이 하나 있다면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가야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와 연결되어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고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작년 봄, 싱가포르에 사는 친구가 내가 다른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모습을 보다가 한마디를 던졌다.


"올 해는 나  안 와?"


재작년에도 다녀오긴 했었지만 자기보러 안오냐는 친구의 말에 다른 나라를 놀러 가기보다는 친구 보러 갔다 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표를 알아본 뒤 5월 말 싱가포르로 4박 5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에 사는 친한 친구를 보러 갈 때의 좋은 점은 일정도 숙박도 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친구와 재작년 센토사 케이블카를 타다 우연히 보았던 호텔을 가보자던 말을 실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은 호텔은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싱가포르"였다. 이미 내가 갈 때는 2018년도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라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알려졌지만 내가 재작년에 우연히 그모습을 보고 찾아봤을 때만 해도 그 전이라 국내에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같은 마리나 베이 샌즈 같은 호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지 않았었다. 물론 내가 싱가포르 여행 갈 때 열심히 정보를 찾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고다를 통해 1박(64만 원)으로 프리미어 가든뷰 트윈베드룸(조식 포함)으로 예약했다. 사실 케이블카에서 반한 모습은 이 호텔의 풀빌라 동이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 우리 둘이 굳이 풀빌라까지 가야 될 것 같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했다.  


평소에 다닐때는 친구와 우버를 타고 이동하였지만 센토사는 친구의 집과 버스로 몇 정거장밖에 되지 않아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타고 센토사로 가서 구글로 검색하였더니 비보시티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Imbiah Station에 내려서 800m만 걸으면 된다고 하기에 그렇게 걷다가 친구와 나는 이 길은 도보가 아닌 차로 다니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외에 가면 더욱 더 구글을 의존하게 되긴하지만 너무 구글을 맹신하지는 말고 이 호텔에 간다면 비보시티앞에서라도 꼭 택시를 타고 가기를 바란다.


호텔 정문을 지나 입구로 걸어가니 호텔 직원들조차도 우리를 의아하게 쳐다보더니 우리를 버기 차에 태워 입구로 올려주었다.


체크인 요청을 하고 라이브러리(라운지)에서 다과를 먹으며 기다리다 방이 준비되자 한국인 직원분이 오셔서 우리의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체크인을 하고 이동하는 중에 만난 북미 정상회담 기념판을 보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는데 최근 다시금 어려워진 남북미 관계를 보며 그때의 역사적인 순간처럼 우리나라가 평화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도착한 호텔 방문을 열었는데, 방문을 열자마자 통창 뷰가 내 시선을 압도했다. 사실 나는 나무가 가득한 뷰를 원해서 가든뷰를 콕찝어 예약을 했지만 운이 좋게도 내가 간 날은 날씨가 유난히 좋아 오션뷰와 가든뷰가 섞인 방을 배정받았지만 바다와 나무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무척 예뻤고 비싼 호텔비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날이 좋지않았따면 가든뷰로 바꿔 배정해달라고 했었을 것 같다.(이호텔은 가든뷰가 더 비싸다)


직원분이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는데 욕실에서 바다를 보며 샤워가 가능하다기에 문득 걱정이 많은 나는 "밖에서는 안이 안보이죠?" 하는 질문을 했더니 웃으시며 다행히 그렇다고 하셨다. 호텔은 멋진 욕실과 테라스뿐만 아니라 침구도 편했고 미니바, 네스프레소 커피도 무료로 제공되어 맘 껏 먹을 수 있었고 웰컴 과일과 마카롱, 전통과자도 비치해두어 따로 라이브러리에 가지 않아도 됐다.



이 호텔을 선택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3단으로 되어있는 수영장 때문이기도 했는데 친구와 함께 서둘러 대형 튜브를 하나 들고서는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젤 위로 보이는 수영장이 성인용, 중간이 가족용, 마지막이 수영 연습용 풀이었는데 패밀리 풀에서만 튜브를 이용할 수 있어 수영을 못하는 나는 패밀리 풀인 중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무가 많아 정글에 있는 느낌도 들고 이국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벌레가 많은 편이었는데 친절한 직원분이 벌레퇴치제를 주었고 선크림도 벽 쪽에 비치되어있어 뜨거운 햇빛과 벌레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런 세심한 부분이 호텔의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거겠지?



그렇게 수영놀이 및 인증사진을 찍은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저녁으로 칠리크랩을 먹으러 떠났다. 유명한 칠리크랩 식당 이미 다 가보았기에 이번에는 짠내 투어에 나왔던 "Newton Food Centre"에 가서 저렴 버전의 칠 래크 랩을 시도해보았는데 맛은 상대적으로 아쉬웠지만 유명식당과의 가격이 최소 두배 이상이니 가성비의 측면에서는 괜찮은 저녁식사였다.



식사 후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깜깜해진 바다를 보며 야경을 보고 있자니 낮과는 색다른 느낌이었지만 어두워서 많은 것이 보이지 않기에 밝을 때 좋은 뷰를 많이 감상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그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조식 식당은 수영장을 배경으로 위치하고 있었다. 조식 뷔페의 가짓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자리에서 간단한 식사(에그 베네딕트, 스크램블 에그 등)를 주문할 수 있었고 맛은 꽤나 깔끔했다. 수영장을 바라보며 먹는 조식과 커피는 꽤나 운치 있기도 했고 그곳에 앉아  우리가 스무 살 때는 이런 곳 오는 것을 상상했겠냐며 이 정도면 우리도 열심히 잘 살아왔나보다 하며 서로를 격려해주기도 했다.

 


카펠라에서 체크아웃을 한 뒤 버기차를 얻어타고 우리는 센토사에 위치한 워터파크로 바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놀이기구 하나 타고 본격적으로 놀려고 하는데 웬 걸인지 폭우(스콜)가 내리기 시작했고 한 시간이 지나도록 그치지를 않아 어제의 거짓말 같던 날씨에 감사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친구 집으로 돌아왔다.




그땐, 그다음이 금방 찾아올 줄 알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제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국경은 있지만 국경이 없는 것같이 이나라 저 나라를 오고 가던 우리들의 일상이 이렇게 흔들리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 못 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보냈던 일상과 추억들이 소중하기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한 답답함을 잘 극복하는 것 같다가도 이내 불평하게도 되는 오늘이지만 이 시간조차도 지나고나서 다시 돌아보면 감사할 것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모두 서로 물리적 거리는 두되 마음은 가까이하며  "Stay s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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