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의바른악당 Dec 25. 2019

똑똑한 사람들이 사기당하는 이유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노트북으로 작업한다. 규모가 작다 보니 컴퓨터 수는 제한돼 있고, 뒤늦게 들어온 나는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작업할 때 속도가 빨라 나름 불만 없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장동료가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느리다며, 여기에 얽힌 일화를 들려줬다. 이유인즉슨, 요즘 사용하는 컴퓨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허탈한 이유였지만 여기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이 컴퓨터는 최근 대표님이 구매한 것인데 사양은 안 좋지만 가격은 비싸다고 했다. 


사양도 좋지 않은데 왜 비싼 돈을 주고 산 것이냐고 동료에게 묻자 대표님이 일전에 사기를 당한 경험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가격에 이 컴퓨터를 산 것도 사기 같은데 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사기를 당한 대표님의 사연을 들어보니 이랬다.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대표님이 서울역 부근에서 최신 컴퓨터를 싼 값에 주겠다는 행인을 만났더랬다. 눈으로 확인해보니, 최신형에 비해 값이 싸서 별다른 의심 없이 샀다고 했다. 컴퓨터를 판 행인은 고맙다는 답례로 와인까지 챙겨줬다고 한다. 무거워서 연거푸 거절했지만, 성의라며 챙겨주는 강한 성화에 못이기는 척 받아왔는데 집에 가서 보니 컴퓨터가 플라스틱 조각이었다고 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했더니 컴퓨터를 보여줄 때는 최신형으로 보여줬지만, 건네줄 때는 몰래 가짜 플라스틱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물건과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사기꾼은 혹시 의심할까봐 다시 살펴보지 못하도록 무거운 와인까지 준 것이었다. 그 이후로, 값이 비싼 것이 괜찮은 물건이라는 편견이 생긴 것인지 구형이어도 비싼 지금의 컴퓨터를 산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사기꾼의 행각이 놀라웠지만 똑똑해서 철두철미할 것 같은 대표님이 그런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동료가 들려준 에피소드에 더한 감탄을 자아낸 것은 사기를 당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었다. 


사기를 당한 이유가 이득을 보려는 마음 때문이라 했다. 특히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것저것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상황을 설정하여 계산하니, 값이 싼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란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똑똑한데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 하니 IT 전문가가 아닌 그가 객관적 검증을 거칠 생각을 못하고 이런 상황판단을 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연말연시라 올 한해 지나온 모든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요량을 바라다 혹은 나의 이득만 생각하다 망친 일들은 없는지 생각한다. 무언갈 쉽게 얻을 수 있을 때는 반드시 의심해봐야겠다.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작가의 이전글 왜 열심히 노력해도 안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