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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의바른악당 Nov 29. 2021

기분 안 좋아? 네일 받을래?





기분이 딱히 나쁜 건 아닌데 자주 가는 카페 근처에 네일샵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네일 한 번 안받아본 내 맘을 사로잡는 문구


기분 안 좋아? 네일 받을래?


그러다 진짜로 기분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 현수막을 보고 멈춰버렸다. 묘하게 중독되는 그 문구에 사로잡혀 나도 모르게 한번도 안해본 네일을 정말로 하고 싶어졌다.


가끔 다른 친구들이 한 네일을 보며, 화려하다 정도로 넘겼는데, 나에게 너무 무신경했나 싶어 뭔지모를 네일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결심이 섰다.


때아닌 네일에 관심을 가지니, 동생이 때마침 국민 네일 아이템 브랜드 오**에서 산 젤네일을 해준단다. 막상 하려니 어찌나 귀찮던지. 오늘할래 내일할래 이러다 카페에 가서 네일 상자를 뜯어 손톱을 변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튀는게 싫어 최대한 반짝거리지 않게. 손톱색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것을 바랐다. 동생이 갖고 있던 젤네일도 분홍빛 네일이라 살색과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색이었다. 벚꽃을 연상시키는 네일 디자인은 흩날리는 벚꽃이 연상되는 스무스한 느낌이었다.



한 개 붙였는데 마음에 든다. 어렸을 때 봉숭아물 들이는 것처럼 하나 붙이고, 뗄 때마다 눈길이 조마조마.


흔하디 흔한 네일인데, 한 손가락 붙이고 마음에 들어하니 내가 생각해도 웃겼다.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빠른 시간 안에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았다.


우울한 일 생각할 겨를 없이 손톱에 붙이는 네일에 집중하니, 그 자체로 좋았다.


손톱 크기에 맞춰 네일을 자르고 붙이는 동안 동생과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어렸을 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분홍빛 네일을 보며 평일 회사에서 느낄 수 없었던 소소한 행복감이 들었다.



기분 안 좋아? 네일 받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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