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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의바른악당 Mar 19. 2020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을 빨리 관두는 이유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직장을 빨리 관둬?” 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대표님이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채용공고에 지원한 사람들의 이력이 짧다며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때 차마 “회사가 괜찮으면 빨리 관두겠어요?” 라고 답하진 못하고, “글쎄요. 요즘은 다들 그런가봐요?”라며 대충 얼버무렸다.


최근에 만난 선배는 이 질문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내부 팀원들이 사직의사를 밝혔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선배와 나의 직급을 고려했을 때 은연중 요즘 애들, 밀레니얼 세대 입장에서 항변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수많은 팀장들이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끈기와 조직애가 부족한 그저 시간만 때우다 가는 수동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조직은 직급이 낮은 사람이 잡일을 도맡아야 하고, 답정너 식의 회의문화, 정치질이 만연한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가진 곳이 많았다. 지금도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런 조직이라도 생계를 위해 참아야 한다며 끈기라는 덕목으로 잘 엮어 나갔다.


기성세대가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묵묵히 인내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질문을 던진다. 왜 참아야 하는지. 무조건 ‘싫어요’가 아니라 일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다. 불합리한 문화가 일하고 싶은 욕구를 떨어뜨리고, 일의 집중도를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트렌드코리아가 올해 키워드로 내놓은 ‘업글인간’에는 자기계발을 하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의 욕구가 담겨있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에게 열정과 끈기 부족해서 직장을 관둔다고 단정짓기엔 섣부른 판단이다.


불합리한 조직문화뿐 아니라 꼰대식 커뮤니케이션은 밀레니얼 직장인의 수명을 재촉하는 지름길이다. 이제는 시대를 풍미하는 말이 된 “나 때는 말이야”는 흔히들 꼰대의 훈계를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요즘은 꼰대가 될까봐 말하고서도 미리 “꼰대 같겠지만”이라는 접두사로 양해를 구한다. 이건 그나마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하는 말이다. 그리고 사실, 이런 쓴소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라도 언성을 높이며 상대방에게 명령식으로 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쓴소리가 싫은 게 아니라 그걸 전하는 방식이 싫은 것이다. 동방예의지국 우리나라에서 윗사람에게 속시원히 할말 다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저 묵묵히 듣고 있다 언젠가 조용히 사직서를 내밀 뿐이다. 지금 하는 말의 방식, 어조를 바꾸는 디테일만 챙겨도 떠나는 밀레니얼 세대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다.


블로그도 합니다:  https://m.blog.naver.com/whitemj0314/22186100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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