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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의바른악당 Sep 13. 2023

살면서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취미 하나는 필요하다

"살아가며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며 몰입할 수 있는 취미 하나쯤은 필요한 것 같아" 직장 다니며 스트레스로 치이던 내게 어느날 친구가 말했습니다. 생각만 많아지던 나날에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깨달음이 문득 들어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림 그리기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놀이였는데, 도저히 취미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이차저차 미뤄오던 그림을, 이제서야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의문은 어느덧 습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다보니 가고, 마음의 평안을 찾으러 가고, 그렇게 주1회 평일 저녁에 그림을 그리러 갑니다. 어느덧 꽤 되어가니 이제는 하나의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쌓여가는 그림들을 보며 무언가 의미있는 기록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림을 그리러 가며 미술 교습소 선생님, 회원들과 나누는 정겨운 시간들이 무채색의 삶이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한주간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그림으로 풀리는 시간들이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시간에도 평안으로 다가가길.  







처음 아크릴을 시작하며 그렸던 풍경은 유채꽃이 어우러진 제주도 바다입니다. 그림 요소가 단순하고, 색감이 예쁜 사진을 하나 골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체적인 풍경은 복잡해보이지 않지만 연필로 몇번을 그렸다 지웠답니다. 아크릴 그림의 큰 장점은 연필로 그린 밑그림이 예쁘지 않더라고, 내가 칠한 색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덧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 하나 잘못 긋는 실수가 두렵지 않다고 할까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하늘과 바다였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를 떠올리면 푸른 색이 감도는 하늘과 바다가 먼저 생각나실 거예요. 바다에 갔던 그때 그 기분을 떠올리니 탁 트인 기분이 들어 금새 기분도 나아졌습니다.


파란색과 대비를 이루는 유채꽃은 노란 점을 찍는 꼼꼼한 붓칠 작업이 이뤄졌어요. 노란색도 좋아하는 색 중 하나인데, 따듯한 봄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색감이 주는 따듯함이 마음을 노곤하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 따듯한 느낌의 풍경화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날은 추운 겨울로 가는 길목이었습니다. 따듯한 봄을 기다렸던 건지, 그리웠던 건지. 내면의 무언가가 파란색과 노란색이 있는 풍경으로 이끌었습니다. 당장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은 이렇게 그림으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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