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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의바른악당 Dec 14. 2018

“엄마, 바빠?” 신종보이스피싱 ‘카톡사칭’ 조심하세요

“돈 언제 넣어 줄거야?”


엄마와 톡을 하는데 갑자기 언제 돈을 넣어 줄거냐고 물었다. 월급날에 맞춰 생활비를 엄마에게 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인줄 알았다. 한편으론 백수가 된 지 얼마 안 된 나에게 집요하게 생활비를 달라는 것 같아 서운한 맘도 들었다.


그러다 계속 얘기를 하는데 생활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저녁에 돈을 넣어준다고 내가 급하게 280만원을 넣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적이 없는데 너무 단호한 엄마의 말투에 아차 싶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흔히들 말하는 보이스피싱이었다. 난 정말로 아차 싶었다. 재작년쯤 나도 보이스피싱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데 이번엔 엄마였으니 말이다.


일단은 돈을 넣어줬냐고 물었다. 넣어주었다고 해서 또 한번 손이 떨려왔고, 대체 내가 어떻게 톡을 보냈냐고 캡처를 해달라고 했다.



보니까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실명으로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친구로 등록된 사람이 아닌데도 나와 이름이 같은 실명으로 말을 걸어 믿었나보다. 공인인증서 오류니, 핸드폰 수리점에 핸드폰이 있다는 말도 그럴싸해보였다. 나중에 다시 넣어 준다고까지 하니 엄마는 바쁜 시간 나가서 돈을 부랴부랴 찾아 입금했던 것 같다.  


경찰 신고 및 지급금지 신청이 우선


이미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돈을 입금한 은행에 전화를 걸어 지급금지 신청을 요구했다.


은행에 전화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무책임했다.. 해당 계좌는 가상계좌여서 000업체와 직접 연락을 해서 해결하란다. 알겠다고 하고 인터넷에서 은행이 알려준 업체를 찾는데 전화번호도 나와있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 업체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그제서야 알게 된 업체의 연락처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저기 혹시 000업체 맞나요?”

“네, 맞는데요. 혹시 오늘 오후에 280만원 입금하신 분인가요?”

“네네 맞아요 !!”


먼저 전화를 건 이유를 알고 있었던 업체에 나도 모르게 호들갑을 떨었다. 알고보니 며칠새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계속 거액의 돈이 이쪽으로 입금돼 자기들도 난감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큰 돈이 입금되면 사용하지 않고, 은행에 전화를 걸어 출처부터 확인하고 있었단다. 천만다행으로 그날 바로 돈을 찾을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 악용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부터 안심시키라는 거였다. 요즘은 전화 대신 톡으로 자식임을 위장해 이렇게 사기를 친다고 했다. 보니까 이렇게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우선 돈을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피해를 입은 혹은 잠재적 피해자인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런 범죄유형은 널리 알려 다시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큰 일을 치르고 집에 왔더니, 엄마는 청심환을 먹고 잠들어 있었다. 다시 잠에서 깨었을 때돈을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안심시켰다. 친구로 등록되지 않았는데도 나에게 돈을 입금할 생각부터 한 엄마를 떠올리니 또 한 번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내가 갑자기 돈을 요구할 애가 아니라서 정말 급하다고 생각했단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모와 자식 간 혹은 지인과의 ‘신뢰’를 악용해 일어나는 범죄가 얼마나 교묘한지 깨닫게 됐다. 보이스피싱의 문제는 내 자식이라면, 혹은 믿을 만한 사람들의 관계를 이용한 교활함에 본질이 있다. 은행 등은 범죄자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이용할만한 좋은 수단일 뿐이다.


어찌되었건, 나는 엄마에게 믿을 사람 없다고 혹여나 돈을 달라고 한다면 전화로 목소리를 확인하기 전에 주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카톡 유형의 보이스피싱으로 더 이상 속 끓이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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