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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의바른악당 Jun 28. 2019

고요한 내 마음에 분노를 일으켰던 면접 유형 4


그간 여러 산업의 면접을 보면서 대한민국에는 참으로 다양한 기업이 존재한다는 걸 몸소 느낀다. 점점 질문에 대답하는 나도 준비된 기계식 답변을 하는 것 같고, 붙을 것 같이 이야기를 나눠도 떨어지는 걸 보면 앞으로 어떤 곳에서 일을 하게 될지 감이 안 잡힌다. 


요즘의 면접들을 보면, 장시간인 경우가 많았는데, 예의를 가장한 선한 얼굴을 한 그들이지만 너무 갑질이란 생각이 든다. 정신 털리게 하는 그간의 면접 유형을 글자로 옮겨본다...  


1. 장시간 면접으로 진 빠지게 하는 면접관


요즘은 서류합격을 해도 면접을 2번 보는 곳들이 많다. 1차는 대개 실무진, 2차는 임원진이다. 프로세스가 갖춰진 대기업은 각 인원당 할당 시간이 있어서인지 장시간 면접을 보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대략 20분 내외 정도? 


내가 말하는 장시간은 1시간 이상이다. 사실 30분만 되어도 긴데, 그간 본 면접들은 나오고 보면 1시간, 길게는 2시간까지 가니 정신적으로 너무 진이 빠진다. 


그렇다면 무엇을 이야기하나. 너무 대화시간이 길어서인지 특별한 내용이랄 것도 없다. 이력에 관한 것들, 왜 이런 것들을 경험했는지, 회사 철학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며 가지를 이어나가듯 이야기 꼬리를 물고 나간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면접관이 하는 말이, 자세히 알기 위해 장시간 면접을 본 것이지만 사실 두 시간만으로는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속으로 뭐더 퍼커를 외치는 순간이었다... 


2. 아이디어 가로채기형


생각할수록 짜증나는 유형의 면접 스타일인데, 자기네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구직자들에게 묻는 것이다. 이를 테면 현재 부딪치고 있는 마케팅 현황에 대한 전략이나 방안을 묻는다. 면접 전부터도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면접을 진행할 거란 기업도 있었다. 


밤낮 인터넷 및 서적을 뒤적거리며 준비했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은 돈을 받고 근무할 때 해야 할 일이었다. 요근래 들어 본 면접들이 주로 이런 유형이 많았는데, 떨어지고 보니 괜히 아이디어만 뺏긴 느낌이다. 실제로 같이 토론 면접을 보고 나온 면접자들도 컨설팅을 해주고 온 것 같다며 토로하며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면접은 구직자의 경험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자리가 되어야지 구체적으로 실무까지 묻는다면 난감하다. 막말로 입사하게 될지 안할지 모르는데 거기에 온 정신과 힘을 쏟아 부어 소요하는 시간은 무지막지하다.    


3. 약올리기 유형


면접 질문이 꼬투리 잡기식으로, 구직자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유형이다. 성격의 장단점을 물을 때였다. 단점을 말하니, ‘그럼 멀티플레이가 안되겠네요?’로 되받아 친다. 단점을 보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답하니 또 ‘그건 장점이지 단점이 아닌 것 같네요’ 식으로 꼬투리를 계속 잡아 끈다.    


성격의 장단점은 그 사람 자체의 성향이고, 그게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요즘은 그게 변질되어 그 업무에 맞는 성격 유형 이런 것들이 인터넷에 떠도는데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내 성격을 인터넷에 물어봐야 하고, 거기에 맞춰서 대답해야 한다니... 


그렇게 걸러 들어온 사람들이 만든 당신의 기업은 지금 어떤 모습이냐고 묻고 싶다. 


4. 기독교 정신이 투철한 종교적 기업문화  


이 유형은 신세계인데, 80년대에 살고 있나란 생각이 들 정도다. 간혹, 기독교 정신을 가진 기업들이 있는데 아침에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읽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월드비전, 그밖에 자원봉사를 하는 자선단체들은 기독교 정신을 가진 곳이 꽤 많은 것 같다. 기독교 정신이 바탕이 되어서 설립된 비영리단체 외에도 종종 이런 기업들이 있다. 


무교인 사람들이 들으면,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면접 분위기가 좋았는데 마지막에 이런 문화가 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이렇게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는 기업이라면, 채용공고를 낼 때 사전에 공지를 해줬으면 한다. 특정 종교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아침 찬송가를 부르는 일도 고민이 된다. 


나이도 먹고, 직장생활도 해보니 ‘어차피 거기서 거긴 직장인 걸까’란 생각도 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게 어렵단 걸 느낀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라고 심플하게 퉁치기엔 질문이 계속 생겨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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